이탈리아 남부 고대 도시 폼페이에서 화산암 파편(돌)을 기념으로 가져간 관광객이 사과 편지와 함께 돌을 돌려보냈다.
폼페이 고고학공원의 가브리엘 추흐트리겔 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명의 여성이 보낸 사과 편지와 화산암 파편을 공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여성은 편지에서 “저주에 대해 몰랐다. 어떤 돌이라도 가져가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 1년 만에 유방암에 걸렸다”면서 “나는 젊고 건강한 여성인데 의사들은 단지 ‘불운’이라고 말했다. 제발 내 사과와 이 파편을 받아달라”고 밝혔다.
추흐트리겔 소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 편지를 소개하며 “익명의 발신자가 쾌차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온 도시가 폐허가 됐다. 18세기 중반부터 발굴이 본격화되면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지만 유물을 훔쳐 가는 관광객들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다만 훔친 유물을 스스로 반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돌려받은 유물을 따로 전시하는 특별 전시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3년 전에는 여성의 얼굴을 한 테라코타 조각이 담긴 소포가 도착했다. 소포 안에는 “50년 전에 건물에서 이 조각을 떼어냈다”며 “부끄러워서 돌려드린다. 죄송하다”는 사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2020년엔 한 캐나다 관광객이 “15년 전 폼페이에서 훔친 유물 때문에 저주에 걸린 것 같다”며 모자이크 타일 2개와 암포라(항아리) 파편을 반환했다. 이 관광객은 “그동안 유방암을 두 차례나 앓고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는 이 저주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것을 회수해주길 바라며 신의 용서를 구한다”고 호소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몇 년 전 신혼여행 중 폼페이에서 조각상을 훔친 캐나다 여성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남편이 심장마비로 숨졌다. 훔친 조각상은 남편의 여행 가방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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