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변인이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를 종북사이트라고 발언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4일 오늘의유머 운영자 이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 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종북 관련 발언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명예훼손을 일부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어 "이 사건 발언은 대변인이 업무상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하게 됐고 내용 역시 유보적·잠정적인 판단 내지 의견이라는 점이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며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이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내지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은 종북 발언이 일부 명예훼손에 해당돼 국가가 이씨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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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남북 분단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이 낳는 부정적 인상을 고려하면 이씨가 다년간 커뮤니티 운영 등을 통해 쌓아 올린 명성이 침해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정원은 2009년 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오늘의유머를 포함해 다수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들을 지지·찬양하거나 반대·비방하는 게시글, 댓글을 작성하고 글에 '추천(찬성)' 또는 '비공감(반대)'을 눌러 여론을 조작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의 유머가 종북사이트이냐'는 질문에 "종북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오늘의유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운영자 이 모 씨는 국정원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사이트의 재산적 가치가 하락했고, 원고인 본인은 정신적 피해를 받았으므로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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