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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민심을 들어라

손철 정치부장

尹 신년회견 무소식에 '대화 회피' 의구심만

'명품백 수수'등 의혹 뭉갤수록 여론도 싸늘

뿔난 민심 품지 않으면 총선 승리 멀어져

회견이 최고 해법, 국민 앞 담대히 나서야





1월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정치부 기자들이 한 달 동안 촉각을 곤두세우며 취재에 공을 들인 대표적 사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회견 여부다. 대통령실 출입이든 여당 출입이든, 심지어 야당 담당이든 마찬가지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 먹고사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지만 국민은 새해 대통령의 생각과 비전을 듣고, 묻고 싶어한다.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주요국 정상이 해가 바뀌면 언론 앞에 나서는 이유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중 네 차례 신년 회견을 했지만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월 들어서도 아직 신년 회견을 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 기자들과 묻고 답하는 회견 대신 KBS와 대담 형식으로 신년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되기도 한다. 이런 사정들로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하다고 몰아세우면 용산은 서운해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1일 분당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의료 개혁’을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올 들어서만 8번째다. 그중 7번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토론을 주재하며 국민들을 만나 각종 애로 사항도 챙겼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과 충남 서천 시장의 화재 현장을 찾아 기쁨과 슬픔을 국민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민생 토론회는 대통령실과 정부 공무원들이 만든 무대로 ‘연출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또 국민의 궁금증을 풀기보다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강조한다는 인상이 짙다. 국민이 보고, 듣고 싶은 얘기들과는 거리가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용산이 신년 회견을 계속 미루자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어떻게든 피하려 한다는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신년 회견의 타이밍이 흔들리자 민심은 매서워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갤럽과 1월 25~26일 벌인 신년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응답은 56%로 ‘그럴 필요 없다(37%)’는 답변보다 크게 앞섰다. 더욱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특검이 포함된 ‘쌍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국회가 재의결로 무력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65%에 달했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의 성난 마음을 풀고, 뿔난 민심을 품지 않으면 여당의 4·10 총선 승리는 요원한 형국이다.



4월 10일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운명이 갈리는 것을 100만 공무원이 알고,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도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을 용산이 뭉갤수록 야당의 공세는 거세지고 선거 ‘프레임(구도)’은 여당에 불리해진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조사에서 대부분 31~34%에 머물러 있고 부정 평가는 60%를 넘어서 대선도 아닌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의 불길에 휩싸이면 여당 후보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총선이 온전히 ‘당(黨) 대 당(黨)’의 대결로 정책과 인물 경쟁이 되도록 하려면 먼저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용산에서 국민 앞에 담대하게 나서 신년 회견을 하는 것이 최고의 해법이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국민이 의심쩍어하는 부분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진솔하게 사과하면 될 일이다.

윤 대통령이 새해 국민과의 소통을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마치면 이제 공은 야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앞서 공표한 서울경제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새 수장을 맡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효과로 여당 지지율은 한 달 사이 4%포인트 급반등한 38%를 기록해 더불어민주당(40%)을 바짝 추격했다. 거대 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론이 커지고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한 찬성(46%)과 반대(45%)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용산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버티면서 김 여사 관련 논란들이 수그러들고 국민이 잊기를 바라면 허망한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의혹은 감출수록 커지고 시간을 끌수록 확산되는 법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떳떳이 설 때 김 여사를 지키는 길도 열린다는 것을 정치의 역사는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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