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진핑 3기(2023~2027년)’ 지도부는 정책 방향조차 못 잡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핵심 정책 방향을 결정할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 전회)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인 올해 안보를 강화하고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맞서 외부 세력으로부터 간섭을 방어하는 데만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중 전회가 또다시 연기돼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에는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CMP는 전날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이 강한 정치적 어조를 띠었고 당의 규율 필요성, 정치적 기반 공고화, 투쟁 정신 유지와 투쟁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고 해석했다.
중국중앙(CC)TV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2024년이 건국 75주년이자 14차 5개년계획의 목표와 임무를 달성하는 중요한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SCMP는 중국 경제 회복이 부진한 상황을 외국인투자가들도 우려하고 있지만 정치국 회의 발표문을 보면 중국 지도자들의 초점은 정치적 통제와 당의 규율 강화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당 중앙위원회가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사이 개최하는 일곱 차례의 전체회의 중 3중 전회는 임기 내 주요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1978년 3중 전회에서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집권 1기인 2014년 3중 전회에서 창장경제벨트 구축 계획을 밝히는 등 3중 전회는 임기 내 경제 청사진을 내놓는 주요 이벤트지만 집권 3기에서는 아직 방향 설정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SCMP는 이에 대해 “양회 전에 열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달에는 춘제(중국 음력설) 연휴가 있고 다음 달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있는 만큼 양회 전까지 3중 전회가 개최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중국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3중 전회가 시기조차 못 잡으며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연초부터 자본시장이 위축되자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백약이 무효한 상태다.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도 내놓았으나 전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넉 달째 50 미만인 경기 수축 국면에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금융권으로의 부실 전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꽁꽁 닫힌 중국의 내수 시장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침체됐다.
일단 당국은 경기 불안 우려를 잠재우는 땜질 처방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리셴중 중국 재정부 사장(국장)은 기자회견에서 “2023년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효과가 발휘돼 경제 회복에 강력한 지원을 제공했다”며 이런 방침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왕둥웨이 재정부 부부장도 ‘합리적인 규모’로 국채 발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의 부채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아 경제에 집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민주진보당이 재집권에 성공했고 미국은 올해 대선이 열리는 등 중국이 민감하게 챙겨야 할 정치 이슈도 산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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