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과 OCI 그룹 간 통합의 불씨가 된 상속세와 관련해 송영숙 한미사이언스(008930) 회장 등 오너가의 미납금액이 22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회장은 절반 이상의 상속세를 낸 반면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은 고지금액의 3분의 1만을 납부했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5년간 나눠 납부하기로 한 만큼 납부 기한은 1년 후인 2025년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송 회장 및 세 자녀(임종윤·주현·종훈)는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은데 따라 총 53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 받았다. 송 회장 2200억 원,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1000억 원, 임종윤 사장 1000억 원,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 1000억 원 등이다.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은 송 회장으로 1000억 원을 납부해 미납금은 1200억 원 수준이다. 임종훈 사장은 750억 원, 임주현 사장은 570억 원을 냈다. 임종윤 사장은 3분의 1 수준인 350억 원을 내 650억 원이 남았다.
임종윤 사장은 주식담보대출(주담대)도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에서 보유주식 693만 5031주 중 89.2%(618만 5625주)를 담보로 설정해 총 1734억 원을 대출했다. 송영숙 회장은 본인 명의 주식 421만 2518주과 임주현 사장 및 그 자녀들의 주식 일부를 담보로 1317억 원을 대출받았다.
임종윤 사장이 앞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실탄(자금) 준비를 마쳤다”면서 “코리그룹을 이용해 지분을 확보하겠다”라고 언급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임 사장이 운영하는 코리그룹이 약 1조 2000억 원의 기업가치가 있으며 2024년 추정이익은 약 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비상장사의 명확한 기업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고, 영업이익의 현실화 가능성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종윤 사장 측은 “상속세는 5년간 나눠 내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많이 납부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면서 “연봉과 배당금만 받고 있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인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과는 달리, 임종윤 사장은 자금을 코리기업 등에 재투자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속세를 낼 자금여력은 충분하며 지분 추가 매입을 할 수 있는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은 OCI와의 상속세 납부와 주담대 청산 등을 위해 기업 통합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은 연봉이 18억 원, 임 사장은 연봉이 6~7억 원 수준이었다. 연간 한미사이언스 배당금은 130억 원인데 송 회장은 매년 15억 원, 임 사장은 13억 원 정도를 받고 있다. 송 회장은 이번 기업 통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670만 2412주를 OCI홀딩스에 넘기며 약 25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송 회장은 이날 OCI와의 기업 통합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임성기 회장의 별세 후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가 부과되고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3만 원 이하로 하락했을 때 ‘한미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에 가는 게 아닌가’하는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면서 “장녀 임주현 사장과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깊이 논의했으며 그 결과 OCI그룹과의 통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미그룹도 “상속세 문제 때문에 R&D 투자 동력 상실 및 이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 등 우려가 있었다”며 “OCI와의 통합으로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한미의 정체성과 철학을 지켜내면서도, 최대주주의 상속세 문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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