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자격정지 등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을 중심으로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제재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료인은 총 323명으로 전년(186명) 대비 74%나 급증했다. 심지어 2023년 통계부터는 보건직 공무원·간호사 등 의료보건업 종사자를 제외하고 ‘수의사’도 의료인이 아닌 전문직으로 따로 분류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의사 마약사범 수는 역대 최대치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마약류 약품을 무분별하게 취급한 의사들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이들의 진료 활동에 대한 행정처분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최근 5개년 의사면허 정지 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마약류 관련 법을 위반한 의사들에 대한 면허 징계는 평균 1개월여 만에 종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11월 사이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부적절한 취급·처방으로 면허취소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총 71명이다. 이 중 일정 기간에 한해 자격이 정지된 50명을 살펴보니 이들은 평균 41일 만에 의료 행위를 재개했다. 처분 기간은 최대 3개월이고 가장 짧은 경우 1주일에 불과했다.
대다수가 진찰도 없이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본인에게 ‘셀프 처방’을 한 것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 ‘유령 환자’나 사망한 환자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도 여러 건이었다. 이 같은 진료기록부 허위 기재를 통해 강한 중독성을 가진 식욕억제제나 항우울제, 수면유도제 수백~수천 정이 의료 외 목적으로 유출됐다.
의사 A 씨는 2018년 8월~2019년 3월 사이에 환자 8명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놓고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자격정지 7일에 그쳤다. 이 같은 의료기관의 허술한 마약류 약품 재고관리는 약물 오남용 문제의 최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 B 씨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필러·보톡스처럼 수면 마취가 필요 없는 간단한 미용시술을 하면서도 이를 빌미 삼아 환자에게 프로포폴 성분의 주사제를 투약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사이 B 씨가 의료 외 목적으로 투약한 프로포폴 성분 앰플은 190병에 달하지만 자격 정지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더욱 수위 높은 의료법 위반 행위로 인해 면허 자체가 취소된 경우도 5년 사이 21건으로 전체 처분 사례 중 15%를 차지했다. 특히 이 중 의사 C 씨는 2019년 11월 면허가 취소됐다가 지난해 1월 면허증을 재교부 받는 데 성공했다. C 씨는 마약성 수면제인 스틸녹스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마약류관리법과 의료법을 위반해 징역형 집행유예까지 선고받았지만 그의 면허는 약 3년 2개월 만에 부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마약 관련 범죄가 급증한 데다 병원 내 마약류 약품의 과잉 처방도 주요 문제점으로 꼽히는 만큼 의사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마약류 범죄와 연관된 의료인의 면허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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