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선심·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재원 조달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하듯 발표한 철도 지하화 공약이다. 국민의힘이 1월 31일 경기도 수원역~성균관대역, 서울 영등포역~용산역, 대전역 인근 철도의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걸자 다음 날 민주당은 서울 지하철 2·3·4·7·8호선을 포함해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전국 모든 도시의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철도 지하화를 위해 총 80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면 된다는 답변만 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여러 이유를 들어 결국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민 세금으로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내놓은 총선 공약에 들어갈 예산 및 사업비만 총 12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최대 15조 원, 저출생 대책에 매년 2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목돈을 분할 지급하고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해주자는 ‘출생기본소득’을 재원 대책도 없이 내놓았다. 국민의힘도 철도 지하화, 저출생 대책, 서민·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 수십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비용 충당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여야는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최소 6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지역 사업에 의기투합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준 것이다. 민주당은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쌀과 채소·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 하락을 보전해주는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최저가격보장제를 시행하려면 연간 2조 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하다.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인 56조 4000억 원에 달하고 국가채무는 1100조 원을 넘었다. 여야가 나라를 생각하는 공당이라면 재원 대책도 없이 ‘일단 지르고 보자’식으로 내놓는 포퓰리즘 공약 경쟁을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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