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뒤흔든 농민 시위가 정부의 대폭 양보로 일단 가라앉았지만, 독일·영국 등 유럽 곳곳에서는 대중교통 노동자들과 교사들의 대규모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고물가에 따른 생계 부담과 정부의 노동 정책에 항의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 대중교통과 학교 업무 등이 중단됐다.
◇독일선 대중교통 노조 파업으로 교통 마비
독일 대부분 지역의 지하철·버스·트램 등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2일(현지시간) 하루 파업했다. 각 지역 교통공사와 단체교섭 중인 독일 공공서비스노동조합연합 베르디(Ver.di)는 이날 경고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전국 80여개 도시의 대중교통이 대부분 운행을 멈췄다. 단체협약에 따라 올 연말까지 '평화의무'가 적용되는 바이에른주는 파업에서 제외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야간근무 교대시간에 따라 3일 새벽까지 파업이 계속된다. 독일철도(DB)가 운영하는 장거리 고속열차 ICE와 근거리 지역열차 RE·RB, 도시고속열차 S반,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일부 버스 노선은 평소대로 운행했다. 베르디에 소속된 대중교통 부문 조합원은 약 9만명이다.
노조 요구와 교섭 진행상황은 지역마다 다르다. 독일 rbb방송에 따르면 노조는 베를린에서 연차휴가 33일 보장과 휴가비 500유로(약 72만원) 지급, 교대근무 사이 휴식시간 12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에서는 임금 20% 인상을 제시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180만명 넘는 조합원을 거느린 베르디는 사용자 측과 단체교섭 중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부문별로 단기간 경고파업을 하고 있다. 노사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대중교통 운행이 추가로 중단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앞서 1일에는 보안검색 직원들의 파업으로 11개 공항에서 항공편 약 1100편이 결항 또는 취소됐다. 함부르크공항에서는 보안직원에 이어 수하물 처리와 항공기 제빙·청소 등을 하는 지상직원 약 900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이날 하루 파업했다.
◇ 핀란드, 우파 정부 '노동개혁'에 항의해 총파업
핀란드에서는 지난해 집권한 우파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사회복지 삭감 정책에 항의하는 노동자 29만 명이 1일과 2일 양일간 파업을 벌였다. 파업 참가 인원은 핀란드 전체 피고용(229만명)의 약 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번 파업으로 다수의 공장·상점·유치원이 문을 닫고 항공편도 상당 부분 운항을 중단하게 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승리, 집권한 중도우파 국민연합당과 극우 핀란드인당 연립정권은 파업권 제한, 손쉬운 근로계약 종료, 실업급여 삭감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가 물러서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정부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면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 북아일랜드 대중교통·학교 직원, 프랑스 교사도 단체행동
영국 북아일랜드에서는 1일 교통공사 트랜스링크 노동자 8000여명이 일일 파업에 나서 기차·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출퇴근 길에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또 일부 학교들도 스쿨버스 운전사, 급식 담당 직원, 행정 직원 등의 단체행동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 앞서 지난달 18일 17만여명이 소속된 공공부문 16개 노조가 북아일랜드 사상 최대 규모인 파업을 하루 동안 벌여 학교·대중교통이 중단된 바 있다. 노조는 영국 다른 지역에 비해 북아일랜드의 공공부문 임금·근로조건이 열악하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교사 노조가 임금 인상, 업무 부담 해결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전국 초등학교 교사의 약 40%가 업무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들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교육개혁 정책 중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수학·프랑스어 수준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가르치는 방안이 업무 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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