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우승까지 단 두 걸음만 남겨뒀다.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이 커리어 첫 우승과 함께 아시아 축구 황제 대관식을 펼칠 절호의 기회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전 0시(이하 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을 치른다. 한국이 이 대회 준결승에 오른 것은 2015년 호주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한국이 4강까지 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됐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함께 조 2위(1승 2무·승점 5) 16강 진출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토너먼트에서도 두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른 끝에 패배하지 않고 겨우 살아남았다.
아쉬운 과정 속에서도 끝내 결과를 만들어낸 한국 축구의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특히 호주와의 8강전에서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전반 42분 호주의 크레이그 구드윈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해 0대1로 끌려던 한국은 손흥민의 끈질긴 돌파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아 호주의 밀집 수비를 뚫고 단독 드리블 돌파를 하는 과정에서 루이스 밀러의 반칙과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득점을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도 손흥민이었다. 연장 전반 14분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2대1 짜릿한 역전승을 이끈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9년 전인 2015년 호주 대회 때 흘렸던 눈물과는 의미가 달랐다. 당시 한국은 개최국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대2로 무릎을 꿇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스물셋 막내였던 손흥민은 0대1로 지고 있던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아쉬움으로 그라운드에 누워 펑펑 울었다. 손흥민은 “2015년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런 경기들, 경험 덕분에 여기까지 성장했다”고 말했다.
클린스만호 주장 손흥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전 등 5경기에서 단 1분도 쉬지 않고 풀타임 출전했다. 그중 16강과 8강전은 연장전까지 이어진 120분 승부였다. 추가시간을 제외해도 이번 대회 출전 시간 1위(510분) 기록이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를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나이로 서른 중반에 접어든 손흥민에게는 이번 대회가 커리어 내 마지막 우승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23골) 등 누구보다 화려한 길을 밟아온 그에게 커리어의 방점을 찍어줄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것은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커리어 전체에서 유일한 우승이지만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라 메이저 타이틀은 아니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아홉 시즌 동안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나라를 위해서 뛰는 몸인데 힘들다는 건 어디까지나 핑계인 것 같아요. 오로지 (우승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뛰어갈 예정입니다.” ‘우승’이라는 두 글자가 누구보다도 간절한 손흥민이 한국에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컵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커리어 첫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이 요르단을 넘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이란-카타르전 승자와 오는 11일 오전 0시에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손흥민의 아시아 축구 황제 대관식이 될 수 있는 경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