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화 분야 지원 사업 조건에 ‘홀드백(극장 상영 후 2차 시장 공개)’ 준수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는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한 후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유통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본지 1월 31일자 27면 참조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공개한 ‘모태펀드 영화계정 관련 출자사업 공고’에는 ‘영화 분야 투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홀드백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담겼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개봉지원펀드에 시범적으로 홀드백 의무를 적용했다. 당시 OTT 공개 유예기간을 극장 개봉 이후 4개월로 두고 제작비 30억 원 미만 영화는 예외로 하는 규정을 뒀다. 이번 모태펀드는 총 650억 원 규모로 2종을 조성하는데 홀드백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30억 원 미만 영화를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예기간 등 구체적인 요건은 업계와 논의를 거쳐 이달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영화계에 홀드백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수입이 급감하면서 영화 산업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영화 산업 지원 차원에서 홀드백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영화계와 OTT 업계 등 업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영화계는 홀드백이 영화 산업을 살리는 제도라며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OTT 업계는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화관·배급사·제작사 등을 중심으로 한 영화 업계는 홀드백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영화 시장이 극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홀드백으로 극장의 위축을 막고 영화 산업 전반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화는 시장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다수의 관객이 스크린 앞에 모여 감상하는 문화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OTT 업계는 홀드백을 의무화해 일정 기간 극장 상영을 거치도록 한다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시청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비판도 깔려 있다. 인위적 규제에 나설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장 상영 기간이 늘어나면 불법적 채널로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홀드백에 묶인 한국 영화가 OTT로 못 넘어오는 동안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외국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되고 이는 한국 영화의 관객층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권영락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운영위원은 “스크린 배정에서 밀려난 중소형 영화들은 빨리 다른 데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홀드백이 일괄적으로 정해지면 수익을 내지도 못한 채 관객들에게 잊힐 수 있다”며 “홀드백 의무화를 할 경우 이런 부작용을 막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홀드백을 도입한다면 소수의 잘나가는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제작·상영·투자배급사 단체, IPTV 협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홀드백을 포함해 여러 제도 개선과 관련한 업계의 자율 협약을 최종 목표로 삼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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