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북한을 노골적으로 감쌌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을 겨냥한 공격적인 계획을 흐리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억지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은) 특히 끔찍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인 집단”이라고 비판한 것을 겨냥했다. 한 국가 정상의 말에 다른 나라의 외교부 관계자가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는 것은 매우 무례하고 오만한 행태다.
우리 정부가 3일 주한 러시아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히 항의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외교부는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며 편향돼 있다”며 북한의 말 폭탄과 무력 도발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명백한 현실을 도외시한 궤변이라고 규탄했다. 러시아의 도를 넘은 외교 언사는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악용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사설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받은 대가로 정교한 무기 기술을 북한에 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한 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러 협력이 강화될수록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위협을 노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뒷배 역할을 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등에 업고 무모한 도발을 벌일지 모른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면 북한과 주변국의 도발 위협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 함께 중러의 패권주의에 지속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다만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중러의 협조도 필요하므로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 두 나라의 역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북중러의 위협과 도발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압도적인 힘을 기르고 동맹을 강화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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