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5일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비로소 옅은 미소를 보였다.
이 회장은 선고 공판 전에만 해도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재판 시작 20분 전인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재판정에 들아가기 앞서 '3년 5개월 만에 1심 선고인데 임하는 심경이 어떠냐',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줄 몰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 '불법 승계 논란을 피하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인 것 아니냐'는 그는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이 회장을 향해 "삼성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선고 공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에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아서도 다소 착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피고인들과도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오후 2시 2분께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서자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고개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재판장인 박정제 부장판사는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검찰이 기소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판결 취지를 읽어내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를 아무런 표정 없이 들었다.
판결문 낭독 약 50분 만에 재판장이 "주문.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라고 밝혔고 그제야 이 회장은 안도한 듯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도 웃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이 회장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 '등기이사 복귀 계획이 있느냐', '국민들께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선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비롯한 대규모 변호인단이 꾸려져 총력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소감을 내놓지 않은 이 회장을 대신해 한 변호인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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