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 콧구멍’이란 속담이 있다. 강원도에서 주로 쓰는 말로 ‘사람이 한번 간 뒤에는 통 소식이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명절을 앞두고 이 속담이 생각나는 것은 귀성길 차량 행렬에 갇혀있던 경험 때문이다.
내 고향은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삼포리다. 40호 정도의 어 씨들과 일부 다른 성씨가 모여 있는 55호 가구의 농촌 마을로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500여 년이 된 집성촌이다 보니 대부분 할아버지·아저씨·조카 등 친척 관계였다. 설 명절엔 온 동네를 다니면서 어르신들께 세배를 드리러 갔다. 외지에 나갔던 어른들이 고향에 돌아오기 때문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필자는 21살에 춘천 시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89년 서울로 직장을 옮기면서 서울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명절마다 기나긴 귀성 행렬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도 하나가 유일한 귀성길이었고 버스도 충분치 않아 12시간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고향으로 향했다. 그 긴 시간을 지나 고향에 도착하면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자마자 잠시 쉴 틈도 없이 고향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회포를 풀곤 했다. 이제는 고향에 가도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워졌지만 명절은 부모님, 친척, 친구 등 보고 싶은 사람들과 그리운 음식을 소환하는 매개체다.
승용차가 본격화되고 내비게이션 기술이 발달하면서 명절 귀성길 피로도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더욱이 첨단기술의 발달로 내비게이션 기능은 크게 향상되었다. 맞춤형 경로는 물론 이동 경로별 폐쇄회로(CC)TV, 가장 기름값이 싼 주유소 위치까지 추천해준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탑재되면서 차의 기능을 제어하는 것 외에 운전자 기분 상태에 맞춘 음악을 추천하거나 운전자가 좋아하는 식당도 예약할 수 있게 됐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으로 취임 이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공간정보가 무엇이냐’였다. 공간정보는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의 데이터를 디지털·시각화한 정보다. 길 찾기나 맛집 검색은 공간정보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이미 현실화가 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디지털트윈 등 국가 신산업에도 공간정보는 핵심 인프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LX공사가 창사 47년 만에 독자적 설립 근거(공사법)를 마련하게 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 귀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올해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화두로 삼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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