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일의 도이치그라모폰(DG) 전속 성악가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박혜상이 4년 만의 새 앨범 ‘숨’으로 돌아왔다.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혜상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잃어버렸던 팬데믹 기간은 나에게 고민과 성찰의 힘든 시간이었다”며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서로 사랑하자, 슬퍼할 시간에 빛나고 살자’"라고 말했다.
앨범 작업 기간 동안 “죽음에 대해 깊이 묵상했다”는 박혜상은 “우연히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 결코 슬퍼하지 마라’라고 적힌 세이킬로스의 묘비명을 알게 됐고, 앨범의 주제를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대 1세기를 살았던 사람의 마음이 현재의 나에게도 울림을 줬다”는 박혜상은 묘비명을 토대로 앨범의 첫 트랙 ‘와일 유 리브’를 현대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와 함께 만들었다.
앨범의 레퍼토리 구성은 일반적인 음반 구성과 다르다. 베르디와 로시니부터 카를 오르프와 고레츠키, 루크 하워드에 우효원의 한국 가곡들까지, 어찌 보면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 있는 트랙리스트에 대해 박혜상은 “죽음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와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며 “고레츠키 교향곡 3번과 오텔로 모두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영감을 받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는 박혜상은 “영적인 체험도 하고 외로움도 느끼며 ‘살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때보다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만큼 이번 앨범의 깊이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다. 박혜상은 “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앨범”이라며 “사람들에게 위안과 평안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혜상은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앨범 발매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앨범 수록곡 뿐 아니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가시리’ ‘새야새야’ 등 한국 가곡도 만날 수 있다. 박혜상은 “애국심이 강하지는 않지만 한국 가곡을 부르거나 한복을 입을 때 자연스럽게 힘이 생긴다”며 한국 가곡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박헤상은 올해 파리 오페라 극장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와 다수의 리사이틀로 세계를 만난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도약 중인 박혜상의 끝은 어디일까. “지금까지 ‘행복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던 것 같아요. 이제는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배부름은 배고파야 알 수 있고, 음악은 고요함 없이 알 수 없잖아요. 기회가 주어지는 데까지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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