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시장화와 외부 정보 유입에 맞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 내부에 외국 문화 유통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6일 발간했다. 그동안 탈북민 면접조사 결과는 '3급 비밀'로 분류해 비공개했는데, 이번에 비밀을 해제하고 보고서로 공개한 것이다.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북한 내에서 외국 영상물에 대한 관심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응답자의 67.6%가 외국 영상물에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집권 이전의 48.1%보다 19.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북한 거주 당시 외국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응답은 탈북 시기별로 2000년 이전에 8.4%에 그쳤으나 2016∼2020년에는 83.3%로 확대됐다. 주로 본 영상물은 '중국 영화·드라마'가 71.8%로 가장 많고 '한국 영화·드라마'가 23.1%로 뒤를 이었다.
2016~2020년은 단속이 강화된 시점인데도 시청 비율이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됐다.
탈북 전 3∼4년간 사회 감시·통제 정도에 관해 2011년 이전 탈북민은 50.7%가 강화됐다고 응답했는데, 2012년 이후 탈북민은 같은 응답이 71.5%로 뛰었다.
거주지에서 감시·가택 수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2000년 이전 탈북민은 16.4%였지만 2016∼2020년 탈북민은 51.3%로 급증했다.
또 외국 영상물 시청 경험 이후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되었다는 응답 비율은 60.7%로 나타났다. 외국 영상물 시청 경험이 북한 주민 인식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보고서는 2020년까지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의 증언을 분석한 것으로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고 통제를 강화한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통일부의 심층 면접에 응한 탈북민 중 81.8% 여성이며, 접경지역 출신이 82.1%를 차지했다. 평양 출신은 전체의 2.7%에 그쳤다. 연령대는 20대가 27.9%로 가장 많고 30·40대가 각각 26.9%였다. 50대는 17.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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