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이기는 전략이 있는지 걱정됩니다.”
정당 출입을 하다 보면 ‘우리 당 좀 잘 봐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의 모습은 적잖이 낯설다. 내부에 ‘당이 혼날 때가 됐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발 국민이 회초리를 들게 해달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이대로라면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을진 몰라도 다음 대선은 쉽지 않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4·10 총선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제1당’의 지위를 거머쥐었던 4년 전, 8년 전과 사뭇 다르다. 2020년 이해찬의 ‘시스템 공천’도 2016년 김종인의 ‘주류 물갈이’도 보이지 않는다. 비례대표로 배지를 단 의원들은 험지 대신 ‘내전의 길’을 택했고 2년 전 대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는 당 안팎이 아직도 시끄럽다. 특히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장서 꺼낸 이가 누구보다 균형과 공정을 중시해야 할 공천관리위원장이다.
민주당이 선점해온 ‘혁신’ 키워드의 주도권 역시 여당이 가져간 지 오래다. 당내에서는 그 빈자리를 ‘친명’ 인사들이 메웠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외치지만 정말 당 대표를 위한 건지, 아니면 대선 당시 슬로건처럼 ‘나를 위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이런 말과 행동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면 수권 정당을 목표로 하는 공당(公黨)으로서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러기엔 뒤따르는 물음표가 너무 많다.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정치 개혁과 혁신 공약 발굴보다는 ‘정권 심판론’에 쏠려 있다. 이재명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정권 비판에 할애했다. 국가 미래 과제인 저출생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방법론은 이젠 전혀 새롭지 않은 ‘기본 시리즈’에 머물렀다. 그렇다 보니 윤석열 정부의 높은 비호감도에 비해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랜 기간 정체 상태다.
민주당에 ‘쓴소리’와 ‘회초리’를 주문한 이들의 상당수는 묵묵히 당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지지자들의 환호에 취한 주류보다는 청년과 서민, 중도층 등 ‘일반 시민’과 더 가까이에 있는 목소리다. 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바닥 민심을 대변하는 것일 수 있다. 총선이 두 달 남짓 남았다. 민주당이 환골탈태하는 데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