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외교·안보 라인 교체 이후 한중 및 한러 간 접촉이 이어지며 냉랭했던 양국 간 관계들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조태열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 50분간 상견례를 겸한 전화 통화를 했다고 7일 밝혔다. 왕 부장은 조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했고 조 장관도 편리한 시기에 방중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자고 화답했다. 외교부는 양측이 고위급 교류, 공급망 협력 등 한중 관계 전반, 북핵 및 북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도 뼈 있는 말을 하면서도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통화에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며 “중국은 시종일관 한국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삼고 있다. 새해 중한 관계에 새 국면을 열자”고 말했다. ‘먼 친척’은 미국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또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며 중한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잘 지켜 양국 관계가 안정적인 발전의 궤도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러 간 군사협력, 최근 양국 외교 당국 간 설전으로 험악해진 한러 관계에도 긍정적 움직임이 감지된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3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당초 지난해 9월 말을 목표로 추진됐던 루덴코 차관의 방한이 결국 성사됐고 장 실장이 이례적으로 급이 낮은 루덴코 차관을 만났다는 점에서 양국이 관계 관리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장 실장과 조 장관이 지난달 새롭게 취임한 데다 한중·한러 관계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인식에 자연스럽게 양측의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며 “냉랭한 관계가 장기화하면 서로에게 손해이므로 각국이 조금씩 외교적 노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