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 내 오피스 빌딩이 종전 매매가보다 60%나 낮은 헐값에 팔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금리와 재택근무 확산 속에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대출 부실이 금융기관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업체 청케이그룹이 소유했던 런던 카나리워프의 대형 빌딩 ‘파이브처칠플레이스’가 1억 1000만 파운드(약 1840억 원)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케이그룹이 2017년 해당 건물을 2억 7000만 파운드(약 4516억 원)에 사들였던 것과 비교해 가격이 60%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당시 매입가의 70%에 해당하는 약 2억 파운드를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청케이그룹은 2022년 이후 진행된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와 치솟는 공실률 등을 감당하지 못한 채 지난해 10월 시장에 건물을 내놓았다.
FT는 이번 매각이 런던 동부 금융 중심지에 자리 잡은 소위 ‘A급 오피스’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해당 건물은 투자은행 JP모건과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 BGC파트너스, 미국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우량 임차인들이 장기 임대하고 있는 랜드마크 빌딩이다. 하지만 고금리로 인한 부채 비용 증가와 공실률 상승에 따른 건물 가치 하락으로 기록적인 ‘헐값 매각’이 이뤄진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앞서 1일 도이체방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로 3500명에 대한 감원을 실시했다. 스위스 줄리어스베어은행은 부동산 그룹 시그나 등 3개 기업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해 5억 8600만 스위스프랑(약 9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에 책임을 지고 필립 리켄바허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1억 8500만 달러(약 2460억 원)의 손실을 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이날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으며 주가가 199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4.195달러까지 내려앉았다. 대출 부실이 알려진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주가 하락률은 6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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