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 2종을 어린이 용품에 사용할 수 없는 물질로 신규 지정했다. 그동안 어린이용 물감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물질을 뒤늦게 지정한 ‘늑장 규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7일 ‘어린이 환경보건 관리대책’을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주요 방안을 살펴보면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아조염료류 등을 어린이 용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지정했다. 이들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경우 행정처분이 내려지며 처벌도 가능해진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사용한 원료로 알려졌다. 1994년부터 꾸준히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고 2009년 환경 유해 물질로 지정된 바 있다. 이후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불거지며 이 성분의 유해성이 알려졌다. 서울고법은 CMIT·MIT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경영진에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CMIT·MIT의 이 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뒤늦게 이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4년간 어린이 용품 유해성을 평가한 결과 MIT가 물감 등에서 검출·회수된 사례가 3건 발견됐다. MIT가 보존제 성분으로 널리 쓰이는 물질인 탓에 물감 등 문구류에 사용된 것이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환경부는 CMIT·MIT를 2009년 어린이용품 환경 유해 물질로 지정해 일정 정도 이상 유해성이 초과되는 경우 제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데 그쳤다.
환경 단체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안일했다고 지적한다. 한 환경 단체 관계자는 “CMIT·MIT 등의 유해성이 확인된 후 어린이 용품에 대한 사용을 전면 금지했어야 하는데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어린이 용품에 대해 더 촘촘하게 관리해 최종적으로 사용 제한 물질로 지정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어린이 용품 환경 유해 인자 관리 체계 전반을 개편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한다. 또 전국 13만 5000여 곳의 어린이 활동 공간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어린이 활동 공간 합동 조사를 벌이고 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법정 어린이활동공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법적으로 지정된 어린이 활동 공간은 어린이 놀이 시설,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교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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