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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 복지부 차관 발언 ‘총파업’ 기름 붓나

전공의들, 의사 총파업 핵심 동력으로 떠올라

복지부, 수련병원들에 집단행동 시 협조 당부

빅5 등 대전협 집행부 소속 병원 예의주시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하루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전공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날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규모인 2천명에 대해 "해도 너무 지나친 숫자"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




"응급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려보겠다고 바둥거리고 있는 저를 감시하겠다고 경찰에 협조 요청까지 했다니요. 거대 권력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이 7일 오전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가 전일(6일)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의사 총파업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른 전공의들을 향한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는 모양새다.

◇ 2020년 전철 밟을라…복지부, 전공의 단체행동 여부 촉각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등의 신분으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은 여러 의사단체 가운데 파업 시 가장 파급력이 큰 집단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개원의 파업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약 80%에 달했다. 그로 인해 외래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응급 환자가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가 하면 암 환자 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병원들이 속출하자 보건복지부가 백기를 들었다.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에 반발한 의료계가 총파업 등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금지 명령과 함께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했다. 7일 의대 증원 규탄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승현 기자


앞서 대전협은 5일 수련병원 140여 곳, 전공의 1만 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8.2%가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고 밝히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체 전공의는 1만5000여 명 정도다.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규모 발표와 동시에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총파업 등 집단행동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했다. 오늘(7일) 오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 안건 등을 논의하고, 비대위 차원에서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수립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당장 다가온 설 연휴 의료대란을 막는 동시에 2020년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복지부는 전일 의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한 상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전공의를 교육하는 221개 수련병원의 병원장과 비대면 간담회를 열고 집단행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전공의의 집단행동은 국민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임을 강조하면서 병원 내 집단행동 참여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속하게 공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 집단행동 등으로 비상진료가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빅5 병원을 포함해 전공의가 많은 수련병원과 대전협 집행부가 소속된 병원에는 경찰청 협조까지 준비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 일선 병원들 “아직은 조용한데…연휴 지나고 대란 올까” 노심초사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 상경급종합병원 5곳(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전국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빅5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들도 의견을 모으는 중인데 대전협 결정에 따르기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해진다. 전공의들이 치르는 전문의 실기시험 일정이 이어지는 중이고, 설 연휴가 껴있는 만큼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실제 빅5 등 일선 대학병원들에선 아직까지 파업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파업 여부 등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성난 의료계에 기름 붓나…정부 압력에 의료계 반발 거세져


일각에서는 정부의 압력이 되려 의료계 결집의 기폭제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단번에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증원 규모는 물론, 집단행동이 가시화 하기도 전에 복지부가 강경 대응을 운운하며 범죄자 취급을 하는 점이 젊은 의사들의 반발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의료계의 파업 등 단체행동을 두고 "노조 같으면 노동 3권이 있지만 의사는 개원이든 봉직이든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이라고 한 발언도 의사들 사이에 회자되며 젊은 의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하루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단 대전협 회장은 SNS에서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애쓰는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철주야 함께 일하는 전공의들의 동료로서, 잘못된 정책에 함께 분노하는 의대생들의 선배로서, 부모와 형제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명의 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의사회들도 전공의들의 동향을 살피며 단체행동을 벼르고 있다. 강원도의사회는 “전공의 단체가 반국가단체도 아닌데 이렇게 토끼몰이식 소탕 작전을 강구해 뒀다는 건 검찰 공화국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전공의 소탕 작전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지금 면허를 잃고 신성한 의업의 길에서 멀어지게 되더라도 후배 의사들이 제대로 된 의료환경에서 진료하고 모든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투쟁의 최선봉에 서겠다”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안정과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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