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Ⅱ’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국방부는 LIG넥스원과 사우디 국방부가 천궁-Ⅱ 10개 포대, 약 32억 달러(약 4조 250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지난해 11월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에 35억 달러(약 4조 6500억 원) 규모의 천궁-Ⅱ를 수출한 데 이어 잇따라 중동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무기 성능 대비 가격경쟁력과 신속한 대량 공급 등을 내세워 미국·유럽의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글로벌 방산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K방산의 수출 지역·품목 다변화가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FA-50은 이집트 공군의 대규모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의 유력 기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은 2022년 폴란드와 K9 자주포, K2 전차, FA-50 전투기 등 17조 원 규모의 1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중동발 훈풍에 힘입어 2027년까지 K방산의 세계 시장 수출 점유율을 5%로 높이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려면 해외 수출을 위한 금융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방산 수출은 정부간 계약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판매 국가의 저리 대출 등 정책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10년째 15조 원으로 고정된 법정 자본금 한도에 묶여 수출금융을 지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와 진행 중인 무기 수출도 수은의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 최대 30조 원의 2차 계약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현재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25조~35조 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 정쟁으로 표류하고 있다. 국회는 K방산의 해외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가로막는 규제 족쇄를 서둘러 풀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