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브이로그 클래스’, ‘시니어 영상 제작 수업’, ‘쉽게 시작하는 시니어 유튜브크리에이터 강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복지센터가 중장년층을 위해 개설한 수업들이다. 유튜브, 숏폼 등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영상을 만들어보려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14년째 지자체 복지센터 등에서 영상 제작법을 가르치는 프리랜서 강사 윤진숙(63)씨는 “어르신 수강생들의 열정이 젊은 학생들보다 훨씬 뜨겁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 대상 수업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을 위한 수업도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레 두 집단의 특징을 몸소 느낄 때가 많다고. “처음엔 두 집단의 강의 커리큘럼을 비슷하게 짰어요. 하지만 어르신들은 청소년에 비해 내용을 습득하는 속도가 늦고 체력이 약한 편이라서 진도를 빠르게 나갈 수 없더라고요.”
이에 윤씨는 수업 방식에 변화를 줬다. 어르신 대상 수업의 경우 전달 내용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 청소년 수업보다 수업 시간은 짧게, 전체 강의 기간은 길게 바꿨다. 이에 따라 기본 수업은 1시간으로 1주일에 2번씩 열며, 총 3개월간 진행한다.
수업 내용도 차이가 있다. 영상 편집과 배경음악 넣는 방법은 물론이고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스마트폰이나 무인안내기(키오스크) 사용법도 가르친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챗GPT 등을 영상 제작에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수강생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윤씨는 “수업 때 한 가지를 배우면 한동안 무한 복습을 한다”며 “숏폼(수초 가량의 짧은 동영상) 만들기 수업을 한 뒤엔 수강생들이 만든 숏폼으로 단톡방이 북적일 정도”라고 말했다. 수업 때 배운 챗GPT로 인터뷰 답변을 준비한 수강생도 있었다고. 실제 기자가 찾은 강의실에는 ‘우리 딸한테 영상을 보내며 내가 만들었다고 얘기했는데 믿지를 않는다’며 앞 다퉈 가족들의 반응을 자랑하는 시니어 수강생들이 적지 않았다.
직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수강생도 있다고 한다. 등산이나 요리, 시, 브이로그 등 자신의 관심사를 접목시킨 콘텐츠를 소개하고 일부는 조회 수가 제법 나와 수익을 낼 정도라고.
더 많은 시니어들이 수업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지자체마다 지원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씨는 “시니어들이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하려면 주 2회 수업이 필요한데 대다수 지자체는 주 1회에 해당하는 지원금만 집행하다보니 주 2회로 편성하기가 어렵다”며 “집중력을 길게 유지하기 힘든 시니어들은 이전 수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니어에게 영상 제작 수업은 새로운 활력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게 윤씨의 생각이다. 그는 “시니어 대상 멀티미디어 수업은 PC 사용이 서투른 이들을 위해 입문과정부터 고급과정까지 커리큘럼이 다앙하다”며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지자체의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