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앞바다에서 낚싯줄에 온몸이 관통된 상태로 발견됐 멸종위기종인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이 결국 죽고 말았다.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다이버 강사가 바다 잠수를 하던 중 폐그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어린 바다거북을 봤다고 한다"며 "그물을 끊고 바깥으로 꺼냈는데, 가쁘게 숨쉬는 걸 보니 꼬리에서 긴 줄이 보였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이게 뭘까하며 살짝 당겼던 것 같다"며 "그런데 빠지지를 않으니 문제가 있다고 봐 저희 기관에 입원을 시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수의사는 "(거북이 삼킨)낚싯줄이 어딘가에 걸려 소화기관을 통과해 항문으로 나온 것 같다"며 "추정하기로는 물고기를 먹으려고 했는데, 낚싯줄에 걸려있는 물고기를 삼킨 게 아닐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폐사했다. 부검해보니 낚시 바늘이 있던 채로 삼켰던 것"이라며 "그 바늘이 식도 아래로 걸려있다보니 이게 바로 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그 상태로 먹이 활동을 밖에서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장과 낚싯줄이 얽히고 이 안에서 꼬여 괴사되고 장이 파열돼 결국 폐사한 것"이라고 했다.
홍 수의사는 "제가 듣기로는 폐사체에서 (낚싯줄이)많이 발견된다"며 "이 낚싯줄을 삼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거북이 살아있던 기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게 조금 신기한, 그러니까 특이한 일이며 대부분은 폐사체로 발견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여기에서 구조 활동을 한 게 10년이 넘는다"며 "10여년 동안 이렇게 낚싯줄이 몸에 들어가있는데 생존한 케이스는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홍 수의사는 "더 많은 수의 바다 해양동물이 폐어구에 의한 고통을 받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6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운진항 인근 수중에서 다이빙을 하던 잠수부가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던 거북이를 발견해 구조했다. 이 거북이는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으로 몸길이가 42㎝에 불과해 서너 살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였다.
이 거북이는 입으로 미끼를 삼켰다가 낚싯바늘이 기도 부근에 걸리면서 낚싯줄이 몸을 관통해 항문으로 길게 빠져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잠수부는 거북이를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넘겼다.
제주대 돌고래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 바다 기준 구조가 필요한 상태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은 100마리가 넘는다. 이 가운데 아쿠아플라넷으로 이송돼 치료받은 바다거북은 약 10마리다. 대부분 낚싯줄과 그물 등 바다 위에 버려진 쓰레기나 어구들에 걸려 다친 상태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구조대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수중에서 폐사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해양생물이 목숨을 잃고 있을 것”이라며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어구도 제대로 수습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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