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다단계 판매로 돈을 번 농협중앙회 직원에 대한 징계 해고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한때 농협 조직 내부에서 다단계 '투잡'이 만연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셈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는 지난 7일 농협중앙회 전 직원 정모 씨가 해고를 무효로 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동일한 다단계 회사 소속으로 근무 시간에 건강기능식품 등을 팔았다가 중징계당한 농협은행 직원들의 전례를 참고해 이 같이 판단했다.
농협중앙회 차장이던 정 씨는 지난 2016년부터 한 다단계 회사 판매원으로서 동료 직원들에게 건강기능식품을 팔다 2018년 적발돼 징계 해고됐다. 정 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듬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겸업금지의무 위반, 근무 시간 중 내부 직원 대상 영업 행위 등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징계 수준이 과하다며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단계 판매가 농협중앙회 사업 영역과 충돌하지 않고 정 씨가 동료들에게 구매를 강요한 적도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2심에서 사건 흐름이 뒤집혔다. 과거 농협은행 직원 가운데 정 씨와 같은 다단계 회사 판매원으로 활동하다 해고 4명, 정직 2명, 감봉 2명 등 무더기 징계를 받은 사례를 농협중앙회 측이 재판부에 제시하면서다.
2심 재판부는 농협은행에서 중징계당한 이들 못지않게 정 씨가 심각한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정 씨가 농협중앙회에 직접적으로 중대한 손해를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농협은행에서 징계 해고된 1명은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냈고 농협은행이 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정 씨도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농협 조직 내 다단계 투잡 관련 소송전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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