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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트럼프표 ‘애치슨 선언’





1950년 1월 12일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아시아의 위기’에 관한 연설을 펼쳤다. 동북아 안보를 뒤흔들게 될 이 연설에서 애치슨은 알류샨 열도에서 일본, 류큐(오키나와)를 지나 필리핀을 연결하는 미국의 아시아 방어선, 일명 ‘애치슨 라인’을 공표했다. 한국·대만 등은 방어선에서 제외됐다. 애치슨은 “다른 지역에 군사적 공격이 가해지면 우선은 공격 받은 국민들에 저항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자 애치슨 선언은 사실상 북한에 침략의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이 애치슨 선언 이전에 이미 남침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훗날 밝혀지긴 했지만 미국의 한반도 개입 의사가 없다는 북측의 오판 근거가 됐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2024년 2월 10일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미국은 이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러시아)이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줬다. 나토 집단방위 체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적국을 선동하겠다는 식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유럽은 물론 다른 동맹국들도 미국의 도움을 확신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더 많은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1950년 한국을 제외하는 애치슨 라인 발표 후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 사실도 언급했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빈틈이 보이면 전쟁이 일어나기 쉽다는 가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국제 안보 질서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집권할 경우 미국이 유럽·아시아·중남미·중동 지역의 안보 문제에서 발을 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도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 압박을 가할 것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비해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를 위한 외교력과 함께 스스로를 지킬 국방력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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