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력화’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은 “누구도 유럽의 안보를 갖고 놀거나 거래할 수 없다”면서 유럽 국가들의 군사 협력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트럼프는 10일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은 나토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이어 12일에도 “나토는 동등해져야 한다”며 또다시 방위비 분담금 증액론을 제기했다.
유럽 각국은 미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전략이 드러난 만큼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앞다퉈 안보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기 생산은 군사적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2030년까지 4130억 유로를 방위산업 증강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500억 파운드를 국방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각각 28%, 5%씩 늘려 잡았다. 라트비아는 7000명 규모의 병력을 5년 내로 5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국가들은 미군 철수 등 안보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독자 방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가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면 유럽뿐 아니라 한국 등 동북아시아에서도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그(트럼프)는 억지력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 군대를 두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돌아온다면 더 거세진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한국 등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에는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핵무기 보유를 용인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급변하는 국제 안보 정세에 대응하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하고 싸울 의지로 무장해 실전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스스로 힘을 갖추고 이를 토대로 동맹을 강화해야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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