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벌어질 일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사진 설명




의사들이 또다시 파업을 무기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대란, 가파르게 치솟는 의사 연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인구당 의사 수. 이 모든 지표가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우긴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이 대부분의 의료 행위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공급을 억제해야 몸값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권을 이용해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경제적 가치에 비해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는 전형적인 지대 추구(rent seeking)다. 이는 시장이 잘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의료 체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가치를 약탈하기 때문에 의료인 간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2020년처럼 정부가 의사 파업에 굴복해 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의사 공급이 부족하니 국민은 더 높은 의사 연봉을 부담해야 한다. OECD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의사 연봉은 OECD 평균 대비 1.7배 높았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우리 국민이 의사 연봉으로 매년 10조 원을 더 부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1년 평균 연봉 2억 원이었던 전문의 연봉이 최근 3억~4억 원 수준으로 높아졌으니 지금은 20조 원을 더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병원 교수와 종합병원 전문의가 비급여 진료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동네 병의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연봉이 올라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손보험과 비급여 제도를 크게 손보지 않는 한 동네 병의원 개원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전문의 연봉을 계속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말고도 여러 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대표적인 예가 의사가 의료 행위를 독점하는 것이다. 전 세계 40여 개 국가가 의사가 하던 의료 행위 중 일부를 진료보조(PA) 또는 전문간호사가 대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미국 의과대학협회는 2030년 PA와 전문간호사가 의사 수요의 약 20%를 대체할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미국 수준으로 PA제도를 합법화하면 PA 연봉을 1억 원으로 쳐도 연간 5조 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미용 분야 등으로 확대하면 의료비 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의사들은 시장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규제도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의사들은 정부가 병상 공급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구당 병상 수는 OECD 대비 3배나 더 많아졌고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입원과 수술로 매년 10조 원 이상의 의료비가 낭비되고 있다. 의료 전달 체계와 주치의 같은 제도를 의사들의 반대로 도입하지 못해 낭비되는 의료비도 전체 의료비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단순히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넘어 앞으로는 의사들의 극단적인 지대 추구 행위를 우리 사회가 제어하기 더 어려워진다. 의사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의료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의료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