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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영화로 만난 사이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난만하던 2022년 봄.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는 한국 영화로 이야기꽃이 한창이었다. ‘불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멤버라고 자신을 소개한 영화 평론가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서 울기도 했다는 영화감독의 토크쇼는 이 감독의 흥행작 ‘고고 시스터즈’로 정점에 이른다. 그 감독은 세종학당재단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10인의 명사 릴레이 특강에서 첫 번째 마이크를 잡은 베트남 영화감독 응우옌꽝중이다.

‘고고 시스터즈’는 한국 영화 ‘써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개봉 첫날 관객 29만 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며 웃는 그는 베트남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 관객의 이해를 높이는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자신들을 문화 협력 파트너이자 한국 영화를 배우는 학습자라고 하면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강조한다.

한국 영화에 푹 빠진 사람은 헝가리에도 있다. 20여 년 전 한국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그는 한국어를 몰랐다. 어느 순간 한국 영화를 진짜로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빈체 테레즈 엘테대 영화학과 교수는 교환교수로 한국에 머물렀던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그 결심이 확고해졌다.



한국어를 배우는 경험이 어떻게 문화 이해로 확장되는지 실감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곳이 세종학당이라고 말하는 그는 2017년 세종학당에 다니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달라졌다고 한다. 존댓말을 알게 되니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 감정선도 덤으로 얻었다.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주최한 ‘한국어 글쓰기 대회’의 수상자이기도 한 그의 최종 목표는 자막 없이 한국 영화를 즐기고, 헝가리 독자를 위한 한국 영화사를 집필하는 것이다.

드디어 타인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인가. 이런 설레는 기대는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를 좋아해서 홍콩 아동들에게 백 작가를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판밍주 작가는 9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실력 있는 아동문학가다. 한국 아동문학을 진지하게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위해서 청운의 꿈을 안고 그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있는 세종학당으로 향했다.

우리를 알아가고, 더불어 자신을 소개하는 진정한 문화 교류의 서막이 가슴 벅찬 한국어로 펼쳐지려는 순간이다. 축제에서 크로아티아인들에게 한지와 한국화를 스스로 홍보하던 크로아티아인 대학생들의 웃음 가득한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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