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각국 정부가 지출한 국방비가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2000억 달러(약 293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에 안보 불안이 커지며 국방비 지출 총액이 전년보다 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올해 국방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스티안 기게리히 IISS 사무총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이란의 대미 저항 세력 결집,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지에서 중국의 야심 등이 전략적 불안정성과 세력 경쟁의 새로운 시대를 빚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 이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지출했다.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3.36% 수준인 9000억 달러(약 1200조 원)로 40.5%를 차지했고 나머지 나토 회원국이 17.3%였다. 나토에 중국(10%)과 러시아(4.8%)까지 포함하면 세계 국방비의 70%가 넘는다.
특히 보고서는 아시아의 안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국방비가 29년 연속으로 늘어 지난해 1조 5500억 위안(약 286조 원)으로 아시아 지역의 43%를 차지했다. 중국의 전력 증강에 대만도 6068억 대만달러(약 25조 원)를 지출하는 역대 최대의 국방 예산을 발표했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로 한국과 일본도 국방 지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2024∼2028년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했는데 국방 예산을 총 348조 7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일본 역시 북한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으로 방위비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 위협의 영향으로 국방비가 늘었다. 러시아는 연간 정부 지출의 30% 이상인 1080억 달러(약 144조 원)를 국방에 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토의 31개 회원국 중 18개국은 올해 방위비 지출 목표인 ‘GDP 2%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출 목표를 충족한 유럽 동맹국은 2014년 2개국에 불과했는데 러시아의 위협 고조 등으로 지난해 11개국으로 늘었고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더욱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선거 유세에서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을 겨냥해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발언한 후 연일 나토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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