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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 되새기는 '70대 작가 4인방'

■김종영미술관 특별전 '용 龍·用·勇'

김주호·김을·서용선·김진열

'사람' 소재 다양한 작품 선봬

전달할 의도와 의미 명확하게

추상적 요소보단 직관적 표현

김종영 미술관이 새해 첫 번째 전시로 70대 작가, 김주호, 김을, 서용선, 김진열의 전시를 준비했다. 사진제공=김종영 미술관




한국 미술시장은 최근 3~4년간 한 번도 보지 못한 호황기를 겪었다. 지난해 시장은 경기 침체로 크게 위축 되긴 했지만 언젠가부터 미술을 바라보는 대중은 ‘작품의 가격이 얼마인가’를 중심으로 공고해졌고, 그같은 분위기는 한동안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작품은 과시적인 소비 상품이고, ‘환금성’이 미술의 본령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공한 작가는 ‘용(龍)’, ‘셀럽’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작가는 그저 취미 활동을 하는 무직의 한 사람인 것처럼 취급받는 게 지금의 예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다. 작고한 조각가 우성 김종영(1915~1982)은 이같은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듯 “예술가가 창작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종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비영리미술관 김종영 미술관은 갑진년 새해를 여는 첫 번째 전시로 ‘용기’를 잃지 않고 예술의 근간을 지켜낸 작가 4인의 전시를 준비했다. 특별초대전 ‘용 龍·用·勇’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김을, 김주호, 김진열, 서용선. 이들은 모두 70대일 뿐 아니라 ‘사람’이라는 소재에 집중해 말 많은 서울을 떠나 형식과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한 자신, 이웃, 역사 등을 통해 인간의 삶을 탐구하며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작업을 수십 년 간 진행해 왔다.

자신의 작품 ‘위험한 질주’를 소개하는 작가 김주호. 사진=서지혜 기자


김주호 작가의 테라코타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


서울에서 교직에 있다 1990년대 초 강화도로 이주해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김주호는 ‘테라코타 인물’ 조각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모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로 환한 미소로 무언가를 응시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고령에도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폐품을 활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말 없이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라면 봉지를 이어 붙인 ‘위험한 질주’라는 작품으로 재탄생했고, 서울 종로 세운상가의 전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테라코타 작품의 조명이 되었다.

중앙일간지 편집국에 근무하다 1980년대 중반 원주에서 작가 생활을 이어간 김진열은 폐품이나 나뭇가지 위에 거친 붓 터치로 삶의 무게를 표현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산 나무를 소재로 잊히는 마을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는 작품을 대거 선보이면서 ‘예술의 생활화’를 지향하는 ‘시민사회 활동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귀금속 디자인을 전공한 김을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작업한 가족사를 소재로 한 ‘혈류도’ 연작을 소개한다. 현재 용인에 자리 잡은 그는 모든 작품을 작은 책상에서 그리고 만든다. 작은 작품이지만 관람객에게 그만큼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게 특징이다.

김진열 작가의 설치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


김진열 작가의 설치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


대학교수 정년을 10년이나 남기고 학교를 그만둔 작가 서용선은 추상이 대세인 미술계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인간에 대한 성찰을 그림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도시인을 살피고, 역사 속 인물에 빙의하며 자신을 살핀다. ‘도시풍경’, ‘역사화’, ‘자화상’ 등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맞닿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는 작품의 의미를 관람객이 스스로 해석하도록 하는 추상 위주의 작품을 기획하지만, 이번 전시는 누가 봐도 어떤 의도와 의미를 표현했는지 알 수 있는 구상 위주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미술관 측은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사를 이야기하는 4인의 작가가 성공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춘호 김종영 미술관 학예실장은 “예술의 근간은 휴머니티, 인문이며, 삶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일상에 매몰된 관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인문’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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