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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복무 군의관 확보 ‘국방의학원’ 설립 언제쯤…젊은 의사 70% “현역 복무 선호”[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의협 반발, 16년째 국방의학원 설립 난항

군의관 기피 탓에 공중의 지원률도 미달

미국·일본, 군의관 관련 의과대학 운용 중

與,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총선공약 제시

군의관들이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군 병원은 전국에 15개가 있다. 현재 복무 중인 전체 군의관(2400여명) 93%가 임상경험이 부족한 36개월의 의무복무를 하는 단기 군의관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탓에 장기 복무 군의관은 7%에 수준이다. 단기 복무 군의관이 대다수인 까닭에 오진과 의료 사고가 빈발해 군 병원에 대한 장병의 불신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다. 당장 지난해 장기 복무 군의관 지원자는 ‘0’명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처럼 장기 복무 군의관 확보를 위해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 등 군의관 증원 및 공중보건 인력난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 2011년 1월 소말리아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당하면서 이 같은 필요성에 힘이 실리며 정치권이 국방의학원 설립을 추진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 국방부가 업무보고에서 의료지원체계를 선진군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인력양성 및 진료·연구기능을 갖춘 국방의학원 설립을 장기과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의학원, 2008년 여야 의원 법안 계기


이 보다 더 먼저 2008년 12월 당시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05명은 군 의료 인력의 안정적인 배출을 통한 국방력 향상을 위해 ‘국방의학전문대학원’ 과정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방의학원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국방의학원을 통한 의대정원의 증가로 생기는 의료인력 과잉 배출을 우려해 반대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후 군은 국방 기본계획을 통해 연간 40명의 장기복무 군의관과 60명의 공중보건의 양성을 목표로 국방의학원을 설립해 점진적으로 600명의 군의관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의료계가 발목을 잡으며 추진되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의사협회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군 당국은 국방의학원 설립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며 “국방의학원 설립을 포기하는 대신 의대 내 별도정원 확보와 군 의료인프라 확보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됐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의관이 장병에게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정부가 최근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장기 복무 군의관의 인력 확충을 위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성일종 국회의원 주도로 여당 의원 10여명이 발의해 주목 받고 있다.

이 법안의 목표는 분명하다.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 등을 통해 군의관 증원 및 공중보건의 확충을 추진하는 것이다. 사관학교 교육과정 6년을 마친 뒤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중위로 임관해 15년간 군의관으로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성일종 의원실이 국방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장기 복무에 지원한 군의관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4년 4명 지원한 이후 매년 한 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특히 2020년과 2023년에는 군의관 지원자가 전혀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의대의 여학생 비율 상승과 군의관의 복무 기간이 38개월로 일반 사병과 비교해 2배 이상 긴 탓에 군의관 입대 회피 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일종 의원은 “장기 복무 군의관의 감소는 결국 유사시 총상이나 파편상 등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해야 할 숙련된 의료인이 줄어들어 우리 군 의료 시스템의 붕괴가 우려된다”고 했다.

장기 복무 군의관, 2023년에 지원자 ‘0’명


게다가 의료계 인력의 모집단 자체가 줄어 들면서, 그 여파는 군의관 인력은 물론 공중보건의 미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 분업이 도입되면서 의대 정원을 351명 줄였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 7000명 이상의 의사들이 배출되지 못하면서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남성 의사면허 소지자들은 의무사관후보생에 편입된 후 군의관에 우선적으로 선발된다. 남은 인원은 공중보건의사 등 대체복무 인원으로 배정한다. 그러나 모집단이 감소로 군의관 인력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 취약지역의 의료를 담당하는 공중보건의사까지 미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 의원은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장기 복무 군의관 양성 기관인 가칭 ‘국군의무사관학교’의 설립하면 민간 의대 출신 의료인들은 군의관이 아닌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수 있게 되어 공중보건의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국군의무사관학교 설치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에 대해선 “필요성에 대해 국방부가 검토 중”이라고 밝혀 힘을 실어줬다.

해외 사례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국립군의관 의과대학(의무복무 7년), 방위 의과대학(의무복무 9년) 등을 운영해 장기 복무하는 군의관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자료: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




장기 복무 군의관 지원수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4명, 2015년 2명, 2016년 3명, 2017년 2명, 2018년 1명, 2019년 3명이 지원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명씩만 지원했다. 지난해와 2020년에 지원자가 아예 없어 ‘0’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요즘 젊은 의사들의 인식과 괘를 같이한다.

한공중보건의사회협의회가 지난해 5월에 전국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 2177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인 군 복무 형태 관련 인식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95.8%는 현역 복무에 비해 긴 군의관, 공보의 복무기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현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95.7%가 복무기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73.1%가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 대신 현역 복무 이행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전공의 등 젊은 의사 10명 중 7명은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 대신 일반 장병으로 입대하겠다는 것이다.

의무복무 38개월로 일반 병사 2배 넘어


이 중에서도 복무 예정인 의료인 및 의대생의 현역 복무 이행 의사 응답 비율이 74.7%로 전체 응답자의 응답 비율(73.1%)을 상회해 주목된다. 이는 현역병 보다 2배 이상 긴 군의관이나 공보의 복무 기간과 열악한 처우 등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응답자의 92.7%가 주변에 현역으로 군 복무를 이행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고, 후배에게는 현역 복무를 권유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85.3%에 달했다.

현재 공보의 및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의료인들은 기초군사 훈련을 포함해 37개월에서 38개월 동안 군 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육군 기준 18개월인 현역병 복무기간의 2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장기간의 군 복무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 의료인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현역 복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료: 대한공중보건의사회협의회


특히 ‘군의관 및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질문에 95.7%가 찬성을 나타냈다. 복무 단축 기간으로는 현행 38개월에서 20~25개월로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가 60.8%가 가장 많았다. 사실상 일반 장병 수준에 가까운 복무 기관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 한쪽에서는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여당 지도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정부와 의료계 간 깊어지는 갈등 해법의 하나로 긴 복무기간으로 기피현상이 심화하는 군의관과 공보의에 복무기관 단축 및 복무여건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카드를 제안했다. 다만 여당은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인력을 충분히 확충해야 한다는 조건을 강조했다.

의료계를 담당하는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의무사관학교 설립 보다는 복무기간 단축에 무게 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감소 대책 마련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국방부와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에 합격하는 남학생은 많은데 공보의는 매년 감소해서 10년 전에 비해 979명이 줄었다”며 “왜 공보의나 군의관을 기피하는지 봤더니 일반병으로 가서 빨리 제대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 때문인데 이에 대해 복지부가 인지하고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인가”라고 물었다.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논의 진전 없어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군의관와 공보의 복무기간은 변하지 않았는데 일반 사병 복무기간이 줄어드어 상대적으로 장기간 복무가 됐다”며 “국방부와 관련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 (군의관 및 공보의 복무기간 감소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한 해법을 아직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만 시급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일 뿐 확대하려는 의대 정원에 군의관 및 공보의 양성을 위한 인력 배정 등의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군 의료 인력 확대는 모집단인 의료계에서 배출되는 젊은 의사들 가운데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대상자들이 군의관으로 가기 보다 일반 장병으로 짧게 군 복무를 마치려는 흐름이 매우 강해 현재 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국방의학원 같은 별도 양성 기관이나 복무 기간 단축을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실효성이 높지만 이마저도 의료계를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해 7월 향후 5개년간 군 보건의료분야 정책 추진과제를 담은 ‘2023~2027 군보건의료 발전계획’을 내놓고 숙련된 의료인력 확보를 단기군의관이 의무복무(3년 의무복무) 종료 후 1년 단위로 복무를 연장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이 과제 추진도 시작조차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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