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1959년 학군사관후보생(ROTC)을 양성하기 위한 학군단이 대학에 처음 도입됐다. 최초의 학군단인 한국해양대학교의 해군학생군사교육단은 미국의 학군사관제도를 모델로 해서 신설됐다. 육군학군단은 2년 뒤인 1961년 전국 16개 종합대학에 만들어졌다. 공군에는 1971년, 해병대에는 1974년에 각각 학군단이 생겼다. 지난해까지 배출된 학군 장교의 90% 이상이 육군 ROTC인데 이들은 육군 단기 복무 장교의 70%가량을 차지해 ‘국군의 허리’로 불린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ROTC는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비교적 짧은 장교 복무 기간과 양호한 근무 환경 등으로 지원자가 많았다. 2014년 모집 경쟁률이 6.1대1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사병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일반 병사의 복무 기간을 계속 줄이고 월급 대폭 인상까지 추진하면서 ROTC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2023년 모집 경쟁률은 1.6대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육군의 경우 지난해 창군 이래 처음으로 ROTC 후보생을 추가 선발하기도 했다. 현재 육군 기준으로 일반 병사의 복무 기간은 18개월로 줄어든 반면 ROTC는 28개월이다. 2025년에는 병사(병장)와 장교(소위)의 월급도 200만 원대로 거의 같아진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는 “병사에 비해 10개월이나 더 복무하고 월급은 비슷해지는데 무엇 때문에 장교로 가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육군학생군사학교가 최근 ‘2024년 ROTC 선발 계획’ 공고를 통해 올해부터 ROTC 선발 때 국사 등 필기시험을 없애고 대학 성적 증명서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9년 시행 이후 15년 만에 ROTC 필기시험을 폐지하는 것은 지원자들의 부담을 줄여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국방력을 강화하려면 사병과 장교 인력을 충분히 확보한 뒤 그들을 제대로 훈련시켜 군 기강을 세워야 한다. 저출생 여파로 2022년 50만 명가량인 우리 국군의 상비 병력은 2040년쯤 36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사병 급감을 막으면서 ROTC 등 우수한 장교들을 충원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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