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의료 대란을 불러올 만한 대규모 집단행동은 없었지만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가 15일 서울·강원·전북·대전·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응급실을 떠나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고 한림대 의대 4학년생들이 1년간 ‘동맹 휴업’을 선언해 다른 의대로 확산될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와 시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단체행동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전공의 연속 근무 제도 개선, 파격적인 의료인 면책 보험 개발 등 필수의료 대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연일 강조하며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오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8차 회의를 개최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근무 환경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에 연속 근무 36시간 축소 시범사업 모델을 마련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서 1주일에 80시간, 연속 근무 36시간이라는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인턴·레지던트를 대상으로 맞춤형 실습 환경을 제공하는 지도 전문의 배치와 이에 따른 보상 방안도 신속하게 구체화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 보호 창구도 마련된다. 정부는 상시 폭언과 갑질 등에 노출된 전공의를 보호할 수 있도록 권익 보호 창구를 마련하고 3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대책을 마련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이달 1일 ‘4대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전공의 맞춤형 당근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대형 병원 인력을 기존의 전공의에 의존한 모델이 아닌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며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공의들의 근무시간과 수련 비용 지원 확대 등 각종 보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의료인들이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꺼리게 하는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안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현행 책임보험보다 보장 범위가 강화된 종합 보험을 개발하고 필수 진료과 의사나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 역시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에 “의료인들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면책 보험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수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 투입을 늘리는 등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면서도 “여러분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수의료 패키지를 마련했다. 정부는 전공의·의대생들과의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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