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5년 만에 일본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는 15일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1.9%라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공개한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 1.4%보다도 0.5%포인트나 높다. 한일의 성장률 역전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명목 GDP에서 55년 만에 독일에 뒤져 세계 4위로 밀려난 일본의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불황 같은 일회성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다시 일본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9%, 올해 1.7%로 추정했다가 11월에 모두 2.0%로 수정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의 전철을 피할 수 없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세계에서 바닥권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채용·해고·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부담 비중은 5.4%로 OECD 36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18.8%), 칠레(5.7%)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정글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게 하려면 법인·상속세의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각각 21.2%, 14.5%)으로 낮춰야 한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17개사가 한국에서 창업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일 정도인 규제 환경도 과감하게 수술해야 한다. 이런 노동·조세·규제 분야의 구조 개혁을 토대로 초격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신성장 엔진을 점화하고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를 기업 하기 좋은 ‘매력 국가’로 만들어 글로벌 기업들과 인재들이 몰려오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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