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송금 알바해라”… 피해자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쓰는 범죄조직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하며 추가금 요구

'돈 없다'고 하면 '알바해서 값아라' 협박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 양산하는 구조

"금전적 피해는 물론 경찰 조사 받을 수도"





“입금할 돈이 부족하다고 하니 ‘송금 알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범죄 조직이 제 통장을 대포통장처럼 사용할 줄은….”

최근 직장인 A 씨는 한 업체로부터 ‘영화 관련 설문 조사에 응하면 현금 2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설문 내용은 ‘어떤 장르의 영화를 선호하나’ 등으로 간단해 A 씨는 응답을 마친 뒤 계좌를 통해 5만 원을 입금받았다.

이후 해당 업체는 ‘등급을 올려 영화 예매 이벤트에 참여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일정 금액을 입금한 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뤄 영화 트래픽과 관련한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 A 씨는 3000만 원을 입금한 뒤 업체가 지시하는 대로 했지만 업체는 ‘다른 팀원이 실수를 해 데이터베이스가 엉망이 됐다’며 복구 비용을 요구했다. A 씨는 복구 비용만 지불하면 수익금을 입금하겠다는 말에 또다시 1300만 원을 넘겼지만 결국 수익금은 입금되지 않았다. 오히려 업체는 ‘서버 동결 비용’ 명목으로 추가금을 요구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영화 설문 사기’가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A 씨 사례처럼 업체는 추가금 입금을 거절한 피해자에게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송금 알바를 해 동결비를 충당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업체는 A 씨의 통장에 50만 원을 입금한 뒤 특정 계좌 10곳에 5만 원씩 송금하라고 지시했다.



A 씨는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A 씨가 송금한 계좌는 영화 관련 설문 조사에 응한 다른 피해자의 것이었다. A 씨는 그제야 자신도 다른 피해자에게 5만 원을 받고 사기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가 A 씨의 통장을 마치 대포통장처럼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대포통장을 직접 개설하는 대신 피해자의 계좌를 이용해 범행을 이어나가는 신종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통상 대포통장 개설에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데 이를 아끼면서 수사기관의 추적 또한 피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 조직들은 수천만 원 이상의 큰 금액만 대포통장으로 입금을 받고 소액 입출금은 피해자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법은 대출 사기와도 연결된다. 피해자에게 대출을 알선해주는 것처럼 꾸미고 송금 알바를 하는 다른 피해자를 통해 해당 금액을 입금해주는 것이다. 영화 설문 사기뿐 아니라 공모주 사기 등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기와 관련된 조직들도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해자들은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피해는 금전적 부분 외에도 발생한다. 범행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최악의 경우 피해자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계좌를 사용한 송금 알바는 보이스피싱의 송금책과 유사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사례가 경찰에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개인 통장이 대포계좌화될 뿐 아니라 송금 행위가 범행 진행 단계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