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내년에 글로벌엔터테인먼트학부를 신설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과 현지화에 기여할 ‘지한(知韓)파’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4년제 종합대학이 외국인 유학생만을 대상으로 K-영화·드라마·웹툰·음악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커리큘럼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최근 평의원회(고려대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학내기구)와 이사회에서 글로벌엔터테인먼트학부 신설안을 최종 승인했다. 고려대는 기존 미디어학부를 미디어대학으로 승격하고 산하에 미디어학부와 글로벌엔터테인먼트학부를 둘 방침이다. 신입생 선발은 2025학년도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글로벌엔터테인먼트 학부는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특화된 전공이다. 전통 저널리즘과 광고·홍보 수업의 비중이 큰 기존 미디어학부와 다르게 영화·드라마·음악·게임·웹소설·웹툰 등 K-대중문화 산업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문화 콘텐츠 개발과 기획, 스토리텔링, 자금 조달, 프로듀싱과 유통,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등 국내 대중문화 산업 분야의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커리큘럼을 제공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내년 해외 유학생만 70명 내외(정원 외 포함)로 선발할 계획이다. 실습 과목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돼 언어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학생 위주로 선발한다. 국내 학생은 내년에는 글로벌엔터테인먼트 학부에 개설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해당 학부로 입학할 수는 없다. 다만 내후년부터 국내 학생도 일부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고려대는 현재 CJ ENM(035760)과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국내 대표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과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취업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 구성과 시설 투자 재원 지원 등을 논의 중이다. 하이브(352820)·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4대 연예기획사와도 겸임교수 초빙 등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가 외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글로벌엔터테인먼트 학과 개설에 나선 것은 최근 국내 콘텐츠 플랫폼사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현지화 전략을 담당할 글로벌 인재 양성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132억 4000만 달러로 전년(124억 5000만 달러) 대비 6.3% 증가했다. 또 정부가 오는 2027년 한국을 세계 콘텐츠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K-콘텐츠 펀드 6000억 원을 비롯해 총 1조 7400억 원의 콘텐츠 정책금융을 공급해 게임, 영화, 만화·웹툰 등 핵심 콘텐츠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미국 뉴욕대(NYU)와 카네기멜론대 등 해외 명문 대학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엔터테인먼트 전공을 개설했다”며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엔터테인먼트학부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유학생을 선발,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글로벌 전문가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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