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저출산 대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26년부터 국민 1인당 월 500엔(약 4500원) 수준의 세금을 징수하겠다고 나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과 여론의 찬반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18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담은 ‘어린이·육아 지원법 등 개정안’을 각의 결정했다. 법안이 성립되려면 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일본 정부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고등학생까지 확대하는 한편 부모의 소득 제한도 없앨 계획이다. 셋째 아이부터는 수당 지급액도 늘려 다둥이 우대에 나선다. 이 외에 출산으로 부모가 유아휴직을 할 경우 휴직급여를 인상해 일정 기간 실수령액의 100%를 보상하는 지원책도 마련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2028년까지 매년 3조 6000억 엔(약 32조 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2026년부터 의료보험 가입자 1인당 500엔 미만의 세금을 징수하는 ‘어린이·육아 지원금’ 창설도 함께 추진한다. 연 3조 6000억 엔의 필요 자금 중 1조 엔 정도가 지원금을 통해 충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원금 규모는 2026년 1인당 300엔 미만으로 총 6000억 엔, 2028년 1인당 500엔 미만으로 총 1조 엔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임금 인상과 세출 개혁의 효과로 실질적인 추가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육아 증세’라며 반발하고 있어 법안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불가피해보인다. 여론도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NHK가 ‘저출산세 월평균 500엔 징수가 타당한가’에 대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121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타당하다’가 20%인 반면 ‘타당하지 않다’는 31%로 더 높았다. 금액 수준을 떠나 ‘지원금 제도(징수) 자체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33%로 가장 많았다.
한편 저출산 원인의 하나인 일본 내 혼인 감소가 심화하면서 지난해 혼인 커플 수는 90년 만에 50만 쌍이 붕괴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이달 하순 공표할 2023년 혼인 수(외국인 포함)는 50만 쌍을 밑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추산 결과 외국인 부부를 제외한 혼인 수는 전년 대비 5.8% 감소한 47만 6000쌍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20만 쌍이나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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