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현지시간) 2주년을 맞는 가운데 미국 경제는 전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쟁은 통상 방위 산업 부양으로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 참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전쟁 상황과는 다르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하원 공화당 반대 속에 표류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은 미국 경제에 좋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가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미국의 국방 및 우주 분야 산업 생산이 17.5%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에 맞서 재무장이 시작되면서 미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 데 따른 것이다. 또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또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마일스 월튼 울프리서치 분석가는 “최근 유럽 국가들의 미국산 제트기 및 다른 무기 구매는 세대 교체형 투자에 가깝다"면서 “최근 수년간의 지출이 그 전의 20년 지출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실제 미 국무부는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평년보다 5배 이상 많은 800억 달러의 무기 거래를 성사 시켰는데 이 가운데 500억 달러가 유럽 국가들과의 거래였다.
국가별로 보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아파치(AH-64E) 공격 헬기 120억 달러,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100억 달러 등 300억 달러를 구매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독일도 85억 달러 규모의 치누크(CH-47F) 수송 헬기를 구매했고, 체코는 F-35 전투기와 군수품 등 구입을 위해 56억 달러를 지출했다.
신시아 쿡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방위산업 분석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무기 생산 속도 측면에서 미국의 방위 산업에 경종을 울렸다"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직접 전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알게 된 것이 좋은 교훈이다”고 밝혔다.
실제 수년간 정체돼 있던 미국이 방위 산업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고용 창출 효과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는 미네소타 공장을 확장해 500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으며 F-16A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제너럴 다이내믹스도 텍사스에 새로운 공장을 지어 12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방위 산업 분야 생산이 늘면서 미국 내 40개 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혜택을 보는 것은 방위 산업 뿐 만이 아니다. 유럽을 향한 미국의 LNG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 최대 LNG 수출국에 등극하는 등 에너지 패권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승인된 LNG 프로젝트 만으로도 2030년이면 미국의 LNG 수출은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알렉스 먼튼 래피디언 에너지 그룹 LNG 이사는 “5개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미국 내에서 건설되고 있는데 투자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미국 경제는 이같은 대규모 투자의 덕을 확실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퍼주기’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 효과를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국 상원을 통과한 9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안에는 우크라 지원 예산이 607억 달러가 포함돼 있는데 이 가운데 64% 는 미국 방위 산업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설명이다. 라엘 브라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은 전국의 고용과 생산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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