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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는 유족과 슬픔 나누는 일…AI론 절대 못해”

MZ 장례지도사 전규식씨

조모상때 장례지도사 배려에 감동

슬픔 공감하고 위로하는 게 중요

감정없는 AI로는 대체할 수 없어

급속한 고령화로 수요도 늘어나

전규식 장례지도사. 이호재 기자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요즘 MZ세대는 직장을 얻기 힘듭니다. 그런데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MZ세대에게 전망 있는 일자리는 꽤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장례지도사라고 자부합니다. 이 일은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괜찮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마무리해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제 30세인 전규식 프리드라이프 장례지도사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장의사’라고 불렸던 장례지도사가 지금은 하나의 전문직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장례지도사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힘든 일을 기피하는 젊은 층보다는 연배 있는 이들이 장례지도사를 많이 하는데 전 지도사는 일찌감치 이 길로 들어섰다.

올해 7년 차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장례지도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계기는 할머니의 장례식이었다. 전 지도사는 “중학교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당시 우리를 담당했던 장례지도사의 세심함과 배려심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면서 “그분을 보면서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처음 알았고 다른 직업과는 달리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도 느꼈다”고 이 직업을 택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나에게 장례가 업무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회사 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항상 하는 일이어도 유족에게는 처음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번 유족의 마음으로 고인과 가족들을 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식장을 배정받을 때마다 첫 근무라고 생각하는데 이 일에 마냥 익숙해지면 유족의 심정으로 그들을 대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례지도사가 일반 직장인과 다른 점은 달력 색깔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전 지도사는 “장례식 의뢰는 예고된 게 아니어서 장례지도사는 요일 구분 없이 살아야 한다”며 “토요일·일요일은 물론 명절도 마찬가지로 남들이 다 쉬는 날에도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장례식 의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 중 웃음이 없다는 것도 일반 직장과의 차이점이다. 그는 “장례지도사의 일은 매우 엄숙하고 유족의 슬픔을 함께해야 하기에 일하면서 절대 웃을 일이 없다”며 “항상 무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해야 해 장례식장을 배정받은 뒤 유족들을 처음 만날 때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고인이 어리거나 젊은 분일 경우 유족의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유족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를 해주는 것인데 아직 한창나이인 가족을 보내는 유족들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고 했다.

전규식 장례지도사. 이호재 기자


전 지도사가 장례지도사의 전망을 밝게 보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모든 일을 대체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장례식 진행만큼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 “죽음은 출생·결혼과 함께 인생의 3대 중대사라고 하는데 장례식은 사람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전 지도사는 “외국의 경우 장례지도사가 일찌감치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 역시 요즘 장례식을 치를 때 전문 인력의 손을 거친다”면서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어 사망자 수도 늘고 있는 만큼 장례 산업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장례지도사가 전망 있는 직업이라는 측면만 고려하면 절대 안 된다”면서 “고인의 마지막을 유족과 함께 배웅한다는 경건함과 소명 의식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그가 장례지도사가 되면서 지인들의 반응도 평범하지만은 않다. 전 지도사는 “한 친구는 ‘왜 그런 힘든 일을 선택했느냐’고 묻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는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장례식장에서도 간혹 ‘젊은 사람이 이런 일을 하면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오는 등 반응이 각양각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지도사가 하는 일은 단순히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시신을 염하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상을 당한 유족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것이 장례지도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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