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사하면서 향후 반(反) 푸틴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푸틴 대항마’를 앞세워 야권이 단결해야 하는데 나발니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나발니의 옥중 급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세계에서 나발니를 추모하는 행렬과 함께 푸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실수하지 마라. 푸틴은 나발니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직접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푸틴은 살인자'라는 팻말을 들고 나발니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아무리 잔인하고 억압적인 정부라도 일반적으로 반체제 인사를 제거하진 않는다”라며 “야당 지도자를 살해하면 그를 순교자로 만들어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라고 말하며 나발니의 죽음이 국제사회에 불러 온 파장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 야권을 결집시킬 ‘포스트 나발니’에게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석유회사 '유코스'를 운영하며 한때 러시아 최대 갑부이기도 했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다가 탈세 및 돈세탁 혐의로 10년간 복역했다. 이후 수년간 망명 생활을 한 그는 현재 영국 런던을 근거지로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매체 '도시에이 센터'(Dossier Center)를 운영하며 푸틴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인플루언서이자 포커 러시아 챔피언에 올랐던 막심 카츠도 거론된다. 그는 러시아에서 정치활동을 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후 출국해 현재 이스라엘에서 활동 중이다. 정치인 일리야 야신도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발언한 후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국제 연대 세력을 기반으로 수십년간 영향력을 키워 온 나발니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그의 부인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새로운 야권 지도자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외무장관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그는 남편 죽음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릴 것으로 보인다. 전직 은행원 출신의 나발니야는 나발니의 수감 후 푸틴 대통령에 저항하는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또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을 구속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인권단체 오비드인포(OVD-Info)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39개 도시에서 387명이 나발니를 추모하던 중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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