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다음 달 늘봄학교를 도입하는 초등학교 2741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참여율이 낮은 지역 5곳의 교육감이 모두 진보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참여율이 높은 지역 5곳 중 3곳은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돌봄과 교육만큼은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역별로 확연하게 다른 참여율로 인해 반쪽짜리 출범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늘봄학교 참여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초등학교 608곳 중 38곳만 늘봄학교에 참여했다. 참여율은 6.3%에 머물렀다. 전국에서 참여율이 10%를 밑돈 곳은 서울이 유일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을 특정해 “다른 지역보다 참여가 상당히 저조하다”고 짚기도 했다.
이어 전북이 420곳 중 75곳만 참여해 참여율은 17.9%에 머물렀고 울산이 121곳 중 24곳으로 19.8%였다. 이어 광주(20.6%), 인천(22.9%) 순이었다.
공교롭게도 참여율이 낮은 지역 5곳의 교육감은 진보성향이었다. 참여율이 가장 낮은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교육감 최초로 3선을 한 조희연 교육감은 친전교조 행보에 더해 ‘서울학생인권조례’ 지지 등 진보 성향의 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조 교육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서울 초등학교의 97%(551곳)가 저녁돌봄을 운영하고 있다”며 “늘봄 개념의 ‘절반’ 가량은 시행되고 있는 셈”이라며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늘봄학교 시행에 부정적 인식을 밝혔다.
서거석 전북 교육감, 천창수 울산 교육감, 이정선 광주 교육감, 도성훈 인천 교육감 등은 후보자 시절부터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일부 교육감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진보 교육감에 맞는 활동을 하겠다”며 소개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늘봄학교 참여율이 높은 상위 5곳에서는 보수 교육감이 3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부산(100%), 경기(73.3%), 제주(48.2%)가 대표적이다. “진보 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손질하겠다”며 출발한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1월 말부터 부산 전역을 돌며 학부모를 대상으로 ‘부산형 늘봄 확대 정책 설명회’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윤 대통령의 ‘늘봄학교’ 민생 토론회에 참여했다. 또 늘봄학교 전담 인력 무기 계약직 채용 방침에 대해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최대한 늘봄학교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끌어온 바 있다. 김광수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역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늘봄학교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다만 교육부는 서울의 참여율이 낮은 것에 대해 현장 교사들의 반발을 이유로 설명했다. 늘봄학교 시 반대 시위에 나서는 등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도입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늘봄학교 수업을 위한 별도 공간이 부족한 과밀학교가 많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과밀학급이 많은 서울의 강남·서초 지역에서는 신청한 학교가 세명초 1곳에 그쳤다.
늘봄학교는 기존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 서비스를 통합해 최장 저녁 8시까지 학생을 돌봐주는 정책이다. ‘돌봄 공백’ 대책으로 학부모 기대감이 컸다지만 유독 서울 학교는 외면하면서 실제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늘봄학교 같은 정책은 교육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서울 등 수요자가 많은 지역에서 늘봄학교가 특정 이유 때문에 작동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이 보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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