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기술 스타트업의 대표적 근거지로 꼽히던 샌프란시스코 등 ‘베이 에어리어’ 일대 실리콘밸리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위축됐던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기술 부흥을 겪고 있다.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마이애미 등으로 근거지를 옮겼던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 붐 등에 발맞춰 돌아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일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가 전년대비 634억 달러(약 84조원)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했다고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비록 투자 규모가 줄었지만, 기술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로스앤젤레스(LA), 마이애미 등 다른 지역들에 비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마이애미의 경우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가 20억 달러에 그치며 전년대비 70%나 급감했으며, LA와 오스틴도 각각 42%, 27%의 감소세를 보였다. 벤처캐피탈(VC)인 샤인캐피탈의 모 코이프만 창업자는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50년간 쌓아 온 생태계가 몇 년의 팬데믹으로 한번에 죽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과거 실리콘밸리를 떠났던 테크 기업과 기업가들은 실제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새로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도 현재 베이 에어리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핀테크 업체 ‘브렉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LA, 뉴욕, 마이애미를 옮겨다니다 투자자의 요구에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로 복귀했다. 스프레드시트 앱을 만드는 에어테이블은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다가 최근 샌프란시스코 내 영업을 확대했다. AI 스타트업 '스케일 AI' 투자자 측도 마이애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활동 지역을 옮겼다.
앞서 실리콘밸리는 코로나19 기간 빅테크 기업의 대량 해고, 높은 생활비, 원격 근무 확대 등 요인이 겹치면서 스타트업 이탈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 탓에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가 전통적인 스타트업 허브로서의 입지를 잃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AI 붐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커지면서 투자가 다시 활성화됐을 뿐 아니라 관련 인재가 다시 이곳으로 모이면서 기업 복귀 사례도 늘었다.
이 지역에 스탠포드대 등 대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 메리트다. 벤처기업 CRV의 맥스 게이저 총괄 파트너는 “샌프란시스코에 두뇌가 있다는 게 현실”이라며 “이들 기업은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며, AI는 특히 더 그렇다는 점에서 분명하다”고 전했다.
WSJ는 “실리콘밸리 지도자들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지역 정치에 참여할 뿐 아니라 각종 주민투표 법안과 캠페인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 역시 이 지역으로 스타트업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정치인들이 역내 기업 활동 활성화를 위한 자금 투입을 확대하는 것도 여러 스타트업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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