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광명·시흥지구 등 후발 3기 신도시에 대한 토지 보상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채권을 발행하면 부채비율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재무 건전성에 얽매이면 보상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한준 사장은 20일 세종시에서 가진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그 동안 정부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 일정대로 잘 진행이 안 됐는데 이는 LH가 목표한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상 시기를 뒤로 미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기획재정부와 협의에 따라 LH가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로 낮추도록 돼 있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보상을 늦추다 보니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민원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후발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지구 등을 꼽았다. 남양주 왕숙 등 다른 3기 신도시의 경우 지구 발표 이후 평균 2년 내 토지보상계획 공고가 나왔지만, 광명·시흥 지구는 보상 공고가 늦어지면서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광명·시흥 지구의 토지 보상 규모는 약 10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 사장은 “채권을 발행하면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지만 보상으로 취득한 자산을 일정 기간 후 매각하면 다시 (부채비율이) 완화된다”며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에 문제가 있더라도 공기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LH는 올해 내부적으로 신규 채권 발행 규모를 전년보다 20% 늘어난 13조 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정한 부채비율에 연연하지 않고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것도 검토한다. 그는 “부채비율 부분을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지금과 같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께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LH가 만들어진 건데 조정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사장은 청년·신혼부부와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매입 기준도 변경해 공급 규모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했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고가 매입 논란이 일자 LH는 공공건설 표준 건축비를 적용해 ‘원가 이하’ 금액으로만 주택을 매입하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입 실적이 목표치의 23%에 그치자 다시 제도 변경에 나선 것이다.
이 사장은 “원가 이하로 설정했던 기준을 조정해 이번주 내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매입임대주택 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LH가 밝힌 올해 매입임대주택 규모는 3만 4000가구로, 지난해 4610 가구의 7배 규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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