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가 20일 “시장 참여자들의 모든 제안은 물론 비판까지도 주의 깊게 듣고 우려 사항을 즉각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당국이 공식 문서에서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결의를 강조하며 이례적으로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서 최근 주식시장의 폭락세가 그만큼 심각함을 방증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증감위가 성명을 내 “자본시장 상황이 복잡하고 심각할수록 조언에 더 귀를 기울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성명은 우칭 증감위 주석이 지난 7일 취임한 가운데 나와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CSI300 지수가 최근 5년래 최저치를 찍는 등 증시가 극도로 약세에 빠지자 5년간 증감위 주석으로 재임하던 이후이만을 경질한 바 있다.
증감위는 지난 18·19일 자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외 기업과 외국 투자기관들과 연이어 좌담회를 연 이후 성명을 발표했다. 통신은 증감위 성명이 유난히 겸손한 어조로 나왔음을 지적하며 “약 8조6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결의를 강조한 흔치 않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 수뇌부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도록 증권당국에 강하게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근래 증감위를 통해 악성 공매도 단속, 주식대여 추가 제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증시 부양에 안간힘을 썼으나 신통치 않은 상태다.
우 주석은 젊은 시절 증감위에서 공직 생활을 했으며, 2010년대 들어 상하이에서 구청장, 부시장, 당 부서기를 지냈다. 현재 20기 공산당 중앙 후보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소장 시절 규정 위반으로 31개 회사를 폐쇄해 ‘브로커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는 등 불법행위에 대한 각종 무관용 조치로 유명하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그는 취임 후 춘제 연휴 기간에도 하루도 쉬지 않은 채 주식시장 관련 조치를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주석은 기업공개(IPO) 승인 강화, 배당금 지급 촉진, 금융 사기 단속 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증감위가 주식형펀드에 대한 승인을 가속하고 더 많은 중장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중국증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5년물을 사상 최대폭으로 인하했다는 소식에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상하이종합지수가 0.42% 올랐으며 홍콩 항셍지수는 0.57%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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