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가 스페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의문사에 이어 또 하나의 석연치 않은 죽음의 소식이 전해졌다.
스페인과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쿠즈미노프는 이달 13일 스페인 남부 한 마을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쿠즈미노프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첫 러시아군 조종사로, 지난해 8월 러시아군 전투기 부품을 실은 헬리콥터를 몰고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당시 쿠즈미노프를 6개월 간 직접 설득해 망명하도록 했으며, 그의 가족들은 미리 러시아 밖으로 빠져나오게 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9월에는 쿠즈미노프가 우크라이나 공군 부대에 합류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쿠즈미노프는 사망 당시 스페인에서 우크라이나 여권을 지닌 채 가짜 신분으로 살아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떠나 스페인에 머물고 있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과 가까운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관리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쿠즈미노프의 사망이 그의 신분을 세탁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