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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원데이 클래스’로 만난 한국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당의와 대란 치마, 가체를 얹은 우아한 자태가 청중을 이끈다. 2016년 발굴 당시 청동거울과 빗, 화장품 용기와 화장품과 같은 부장품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조선 영조의 딸 화협옹주의 화장법이 2023년 미국 거점 세종학당 학생들 앞에 소환됐다. 출토된 부장품 중 모란 넝쿨무늬가 그려진 청화백자 항아리에는 미안수로 추정되는 지하수가 담겼었다고 하니, 기초에 튼실한 한국 여성의 화장술에 세종학당 학생들의 시선이 고정될 만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에 참가해 궁중 병과를 맛본 미국 거점 세종학당 학생 80명은 이어 ‘화협옹주 메이크업’ 시연장으로 향했다. 조선의 화장법을 배워 이날 하루만큼은 아리따운 옹주가 되어 본다.

하루에 배우기 딱 좋은 것으로 음식 만들기를 따라갈 수는 없다. 튀니지의 한 세종학당 학생들은 배우던 한국어를 잠시 내려놓고 김밥 만들기에 열중했다. 김밥의 유래를 배운 뒤 직접 밥을 짓고 재료 손질까지 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세종학당에는 하루 만에 김치 만들기 달인이 된 학생도 있다. 그는 이날 김치를 직접 담갔다는 뿌듯함을 즐겼다. 설날 튀르키예의 세종학당에서도 떡만둣국 만들기 일일 강좌가 열렸는데, 현지 방송 매체 NTV에 설날 풍습과 함께 조명됐다.



짧은 시간에 진행된 해외 한국문화 일일 강좌 즉 ‘원데이 클래스’들이다.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현대인들의 쉽고 문턱 낮은 취미 활동 방식이 이제 막 한국을 배우고 알아가기 시작한 세종학당 초심자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K팝이나 댄스, 영화와 드라마, 패션에서부터 한복, 서예, 전통공예, 민화, 전통 음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든다. 문체부의 ‘2023년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 대중 문화와 일상 문화는 물론이고 전통 문화에도 외국인들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았다. 이 모든 소재가 원데이 클래스에서 만나는 한국이 될 만하다.

남은 것은 품질 관리다. 콘텐츠도 개발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성화해서 채널의 다양성도 확보해야 한다. 입문자를 진지한 문화 향유자의 길로 안내해 줄 인도자도 필요하다. 올 시작하는 세종학당 예비 교원에 기대감을 실어본다.

원데이 클래스의 값진 하루 경험이 드디어 한국 방문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세종학당은 두 번째 집과 같다면서 자신이 담근 김치를 의기양양하게 포장하던 우즈베키스탄 김치 달인의 표정이 생생하다. 언젠가 한국의 어느 지방 김치 축제에서 또 다른 그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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