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의 정점’을 보여주는 할리우드 대작 ‘듄: 파트2’가 극장가를 찾아온다. ‘듄친자’(듄에 미친 자) 신드롬까지 만들어낸 듄 시리즈의 신작이 얼어붙은 극장가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가 쏠린다.
21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듄: 파트2’의 내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한국은 시네필들의 국가”라며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인들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오스틴 버틀러·스텔렌 스카스가드 등 주요 배역들이 모두 참석했다.
‘듄: 파트2’는 영원한 공상과학(SF) 소설의 고전인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게임·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지식재산(IP) 형태로 변주되어 온 듄은 2021년 빌뇌브 감독에 의해 다시 영화로 만들어져 큰 호평을 받았다.
빌뇌브 감독의 강점인 정교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모래투성이 행성 아라키스의 황량한 풍경과 색감, 거대한 스케일의 컴퓨터그래픽(CG)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대세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의 비주얼은 매혹적이다. 영화음악 거장 한스 짐머의 OST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긴장감을 유발시켜 준다. 작은 화면으로 보기에는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듄 시리즈에 대한 사전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이 작품을 우주 활극이나 액션 블록버스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치극에 가까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삽입된 모래벌레 장면이나 전쟁 장면, 결투 장면은 그 특유의 미장센 덕분에 박진감 넘치게 묘사됐다. 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거나 스타워즈·스타트렉과 같은 것을 기대하고 온다면 기대와는 다른 영화를 만날 수도 있다.
영화를 가장 단순하게 파악해 본다면 이 영화는 복수극이다. 멸망당한 가문의 생존자가 원수를 갚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간다는 왕도적이고 간단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중요한 메시지는 복수가 아니다. 그 메시지는 신격화와 종교화, 그리고 광신에 대한 경계다. 빌뇌브 감독은 “종교와 정치가 하나가 됐던 부정적 경험을 분명히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샬라메가 연기한 폴 아트레이데스는 자신이 지도자가 되는 미래를 보게 되고, 큰 절망에 빠진다. 자신이 지도자가 되면 추종자들이 생기고, 무수히 많은 전쟁과 희생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계속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원작자 허버트는 “초인은 인류에게 재앙이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배우 스카스가드는 “메시아에 대한 경고에 메시지가 잘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중에서도 그러한 주인공의 고뇌가 잘 드러난다. 빌뇌브 감독은 “원작의 메시지에 충실하려 했다”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담았고, 젊은 청년이 자신의 혈통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지켜보는 연인 챠니(젠데이아)의 시선도 흥미롭다.
샬라메는 딜레마에 빠진 폴의 내면을 훌륭히 연기해 내며 그가 왜 대세 배우인지를 증명했다. 복합적 모습을 가진 폴의 캐릭터에 대해 “허버트는 폴이 영웅으로 비춰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윤리적인 모습과 반대되는 인정욕구와 폭력적인 모습, 부정적인 모습도 있다”고 밝혔다. 빌뇌브 감독이 구상 중인 ‘듄의 메시아’ 기반의 후속작에도 기대가 쏠린다. 28일 개봉, 16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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