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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건강 지키고 지역소멸 막고…파크골프서 답 찾은 지자체

[3대가 즐기는 파크골프]

저렴한 비용으로 친목도모 강점

국내 동호인 3년내 100만 넘을듯

화천 파크골프장 年 47만명 방문

경제적 효과 '산천어축제'에 버금

충남·부산·대구 등 구장 조성 붐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이영우(65)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뒤 파크골프에 푹 빠졌다. 일반 골프와 달리 채 하나면 되고 구장 이용료도 5000원 미만이라 부담이 덜하다. 매달 한두 번은 동호회원들과 ‘파크골프 관광’도 떠난다. 평소 다니는 집 근처 구장 대신 멀리 떨어진 타지역 구장으로 ‘원정 경기’를 다녀오는 것이다. 주로 찾는 곳은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의 다른 구장들이다. 때로는 접근성이 좋은 경기 연천군의 연천파크골프장이나 전국 단위 대회가 종종 개최되는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파크골프장도 찾는다. 이씨는 “새로운 또래 친구들도 사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까 이만한 운동이 없다”며 “전국을 돌며 경관이 아름다운 곳들도 가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파크골프는 약 40년 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됐다. 일반 골프장의 약 30분의 1 규모인 구장에서 채 하나로 18홀을 도는 식으로 경기한다. 공원이나 공터에 마련된 구장에서 즐기는 운동이라고 해서 ‘파크(공원) 골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반 골프보다 비거리가 짧기 때문에 체력·근력이 약한 중장년이나 노년층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파크골프는 특히 어르신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설 재활연구소 연구팀이 관절과 지체기능에 장애가 있는 65세 이상 어르신 24명에게 12주간 파크골프를 치게 해보니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 수치 등이 감소하고 우울감이나 분노, 피로 등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보급은 지난 2000년 경남 진주시의 한 노인복지시설에 구장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르신 복지 차원에서 하천 둔치나 공터 등지에 구장을 조성하기 시작했는데, 앞서 시니어 세대에 유행했던 게이트볼을 넘어서는 인기를 얻게 됐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국내 파크골프 동호인은 현재 30만 명 수준이나 최근 증가세를 볼 때 2, 3년 안에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과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요즘, 파크골프 덕에 함박웃음을 짓는 지역이 있다. 최근 파크골프의 메카로 떠오른 강원 화천군이 대표적이다. 북한강 부근의 수려한 경치가 어우러진 ‘화천 산천어파크골프장’을 조성한 뒤 전국 규모의 파크골프대회를 잇따라 열면서 방문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화천군에 따르면 지난해 산천어파크골프장을 방문한 인원만 47만여 명에 이른다. 이 중 48%는 외지인이다.



파크골프의 경제 효과는 화천군이 자랑하는 대표 축제인 산천어축제에 버금간다. 한 대회가 열리면 보통 선수 500~600명이 출전한다. 이들은 경기에 앞서 구장의 지형을 익히기 위해 며칠씩 화천에 머무른다. 선수들 덕분에 인근 상점이나 음식점, 숙박시설도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파크골프의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대략 수십억 원에 이른다”며 “파크골프가 관광객 유치·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지역소멸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천의 성공을 목격한 다른 지자체들도 대규모 구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 충남도는 2025년까지 청양의 폐광산 부지 16만㎡에 약 230억 원을 들여 10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과 클럽하우스, 교육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근에는 200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식당, 카페, 지역 농산물 판매장 등도 함께 짓는다.

부산시는 을숙도에 파크골프장과 실내체육센터, 체육관, 가상현실 체험실 등을 갖춘 노인 전문 체육시설인 ‘복합힐링파크’ 건립을 추진 중이다. 대구 군위군에는 오는 2026년 국내 최대 규모인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된다.

이러한 움직임에 지역 민간단체들의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 태백상공회의소·태백시번영회 등은 인근 휴양지인 오투리조트 스키장 슬로프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구장을 조성하면 스키장을 놀려두는 봄~가을까지 4계절 내내 태백 지역으로 관광객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금용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은 “국내 각 지역에 휴양시설과 결합한 파크골프장이 여러 곳 들어선다면 파크골프를 치러 일본, 태국 등 해외로 향하는 동호인들의 발길도 붙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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