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전국 7개 중소도시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풀리면서 반도체·원전 등 지자체 주도의 지역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산업 연구와 물류단지 등이 조성되면서 지역 투자와 지역 일자리 창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오후 울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비수도권의 지역전략사업을 해제 총량 예외로 인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발제한구역제도 개선안을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전국 권역을 대상으로 해제를 추진하는 것은 1971년 그린벨트 도입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그린벨트 규제는 1960년대 급속한 공업화와 시가지 확산으로부터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1971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7대 광역도시권역과 춘천권·청주권·전주권 등을 포함해 14개 도시권에 걸쳐 국토 면적의 5.4%에 해당하는 5397㎢가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엄격하게 규제되던 그린벨트가 완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중소 도시권 중심으로 국민임대주택 공급과 보금자리주택 사업, 산단 등 지역 현안 사업 추진을 위해 전국에서 1604㎢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현재 전국에 해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7개 도시권에 걸쳐 약 3800㎢로 전체 국토 면적의 3.9%에 달한다.
정부는 우선 비수도권 지역 주도로 추진하는 전략사업의 경우 해제 가능 총량에서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자체와 국회가 계속해서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지방자치단체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총면적을 의미한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8.88㎢인 가운데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군 공항 이전과 반도체특화단지·의료특화 산단 조성, 에너지산단 확대 등 지역 현안 사업에 필요한 토지는 25.21㎢에 달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지역전략사업은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돼 지자체 주도의 지역 개발과 투자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광역시의 경우 중구 다운목장 일원의 그린벨트를 풀어 탄소중립 특화연구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이곳은 전체 구역의 17%가 환경영향평가 2급지에 속해 그간 개발이 제한됐으나 울산시는 토양 성분 재조사를 통해 등급이 없는 산림지인 것을 확인하고 국토부와 협의했다. 울산시는 이 밖에 △울산체육공원 △남목일반산단 △성안·약사 일반산단 △율현지구의 그린벨트 해제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전략사업의 범위도 국무회의 등 심의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도록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진현환 국토부 차관은 “지역전략사업 선정을 위한 국토부 내 광역도시계획을 늦어도 5월까지 개정할 것”이라며 “이후 지자체 수요 조사와 국토연구원 사전 검토, 중앙조직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국무회의를 통해 지역전략사업이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보전 가치가 커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하던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해서도 국가 또는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 경우 환경 보전을 위해 해제되는 1·2등급지 면적만큼의 대체부지를 신규 그린벨트로 지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20년간 변동이 없던 환경 등급 평가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이제까지는 6개 환경평가 지표 중 하나라도 1~2등급이 나오면 개발을 원천 제한했는데 앞으로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종합 평가 방식으로 개발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는 또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을 개정해 일몰제를 도입하고 정기적으로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등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길도 열어놓았다. 진 차관은 “현재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등록된 규제만 336개”라며 “필요성을 상실한 낡은 규제는 일몰제 도입과 일괄 해제 절차를 신설해 빠르게 개선하고, 법에 등록되지 않은 규제는 새롭게 지정되지 못하도록 관리 체계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농수산 특산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길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토지 이용 규제를 해소해 상수원보호구역이나 하천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생산관리지역에서는 소규모 카페 등 휴게음식점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계획관리지역에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추면 공장 건폐율도 현행 40%에서 70%로 완화하는 등 체계적인 증축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이번 토지 이용 규제 완화에서 제외됐다. 진 차관은 “수도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밀 문제가 있어 당분간 여러 규제 해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환경 등급 평가 체계에 대한 개편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그린벨트 등 토지 이용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민생토론회가 개최된 울산 역시 큰 혜택이 기대된다. 울산은 전체 행정구역의 25.4%(269㎢)가 그린벨트로 설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개발이 원천 봉쇄된 환경평가 1·2등급 급지 비율이 81.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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