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하윤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데뷔 첫 악역에 도전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악역에 대한 목마름이 있던 와중에 받은 제안이라 감사했다. 그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SNS 사진도 정리하고 정신과 의사와 프로파일러를 만나 공부까지 했다.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연출 박원국)는 절친 정수민(송하윤)과 남편 박민환(이이경)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운명을 개척하는 이야기다. 송하윤이 연기한 정수민은 엄마에게 버림받은 강지원을 보고 자신처럼 힘들겠거니라는 생각에 다가간다. 그러나 곁에서 보는 강지원은 비참해 보이지 않았고, 그의 삶을 망가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강지원의 남자친구 박민환을 탐내고, 그와 결혼해 강지원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박민환은 강지원이 버린 쓰레기 같은 남자였다. 그와 결혼 후 마주한 건 자신을 죽이려는 남편,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댁이었다. 이에 정수민은 분노한다.
정수민은 철저히 강지원을 고립시키고, 친구의 남편을 뺏는 등 악행을 일삼는 인물이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데뷔 20년 동안 악역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송하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송하윤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선택한 건 악역에 대한 목마름, 연기자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제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수민이를 만난 거예요. 처음에는 악역을 해본 적이 없어서 고민했고, 용기를 내기 위해서도 노력했어요. 미팅에서 감독님이 제 안녕을 걱정해 줬는데,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안전하게 잘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악역을 해보고 싶었던 갈증도 있었는데, 타이밍 좋게 작품이 나타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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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원하던 악역을 맡게 됐지만, 악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송하윤은 악행을 이어가는 정수민을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다. 캐릭터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어떻게 흡수해야 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결국 송하윤은 작품을 떠나보내는 순간까지 정수민의 모든 감정을 정의내리지 못했다.
"처음에는 제가 원래 연기하던 식으로 수민이를 품었어요. 그러니까 몸살이 나고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라고요. 미칠 지경이었죠. 제 몸에서부터 거부했으니까요. 이렇게는 절대 이 역할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프로파일러 분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들을 만나서 이 캐릭터의 심리, 행동의 이유, 질투는 어디서 비롯됐는지 등의 뼈대를 공부했어요. 수민이가 사람을 만났을 때 반응, 말할 때 특징, 눈빛 등도 배웠습니다."
"원작도 봤어요. 거기서는 수민이가 단순하게 표현됐더라고요. 현실에 좀 더 있을 법한 캐릭터였죠. 그런데 드라마는 조금 더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해야 되잖아요. 다들 과거에 좋지 않았던 경험들이 짧막하게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을 수민이를 통해 끄집어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진짜 악역이 아닐까요?"
캐릭터에 좀 더 몰입하게 위해 SNS도 정리했다. 외부와의 소통을 최대한 줄이고,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한 처사였다. 송하윤은 "내가 올렸던 과거 사진들이 내가 수민이로 갈 수 없게 발목 잡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다 지우고 현장에 가니 무서울 게 없더라"며 "또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방해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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